◎이자소득세 5년 소급은 무리/부도유예제 조기에 실시해야금융실명제 실시문제를 다룬 17일 국회 재무위의 대세는 「미래지향」이었다.
금융실명제가 검은 돈에 대한 처벌 등 과거 단죄에만 목적을 두기보다는 궁극적으로 한국경제의 안정과 발전에 지향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도명·차명계좌의 색출과 자금출처 조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소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그러나 다수론이건 소수론이건 모두가 우국론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으며,금융실명제가 「개혁중의 개혁」이라는데는 이론이 없었다. 다만 방법론상 「원칙고수」와 「현실감안」 사이에서 편차가 있었고 추진속도에서 완보냐,속보냐의 차이가 있는 정도였다.
집중적으로 거론된 사안은 음성자금의 제도금융 유입방안 및 산업자금화 방안,퇴장자금의 방지책 등 구조적 문제로부터 중소기업의 부도방지,증시대책 등 화급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중 비실명자금의 산업자금화 방안에 대해서 많은 의원들이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산업자금만은 과거 불문을 적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은 유보논리는 실물경제의 아우성을 김안한 것이었으나 자칫 실명제의 원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정부측의 완강한 반론을 불러일으켰다.
서청원의원(민자)의 첫 질의에서부터 원칙과 현실 사이의 선택문제가 거론됐다. 서 의원은 『한국경제의 성공은 경제정의 실현·부패척결이라는 필요조건과 경제활성화라는 충분조건을 요소로 하고 있다』면서 『실명제는 필요조건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이어 『문제는 경제활력이라는 충분조건의 충족이 요원하다는 점』이라면서 그 대안으로 『기업자금으로 전환한 비실명 자금은 문제삼지 말자』고 주장했다.
최두환의원(민주)은 『실명제 실시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정부가 충분히 준비한 것 같지 않다』며 『최근 1조여원이 땜질식으로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실례』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또 『담보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체는 평상시도 보증을 받기 어려운데 지금같은 여건에서는 연쇄부도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도유예제의 조기실시 등 대책을 촉구했다.
그동안 질의를 별로 하지 않았던 6공의 「경제실세」 금진호의원(민자)도 몇가지 보완을 강조했다. 금 의원은 『가명 차명예금과 CD 무기명 장기채를 합치면 모두 32조원』이라며 『이 규모의 비실명 자금이 이탈할 경우 대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금 의원은 『무기명 장기채권으로 가명자금을 산업분야로 돌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는 달리 김원길의원(민주)은 실명제의 보다 철저한 실행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가명계좌는 차명계좌의 10%선인 만큼 핵심은 차명』이라며 『차명인의 방조나 금융직원의 비호로 차명예금의 인출이 이루어질 경우 방지책이 있느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그 대책으로 화폐교환을 제시했다.
손학규의원(민자)도 차명·도명계좌의 차단을 비롯,해외유출 억제 등 실명제 원칙에 더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손 의원은 특히 『부동산 과표가 시가의 20%에 그쳐 실효세율이 0.06%에 불과했다』며 『이는 21.5%의 이자소득세보다 턱없이 낮은 수치』라고 부동산 과표인상을 제시했다. 손 의원은 그러나 『이번 조치의 자금출처 조사한도 5천만원은 주택구입자의 자금출처 한도 1억5천만원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면서 한도액의 상향조정을 주장했다.
한도액의 상향에는 정필근의원(민자) 등 상당수 의원들도 공감했다. 정 의원은 아울러 가명예금의 생산자금 전환유도 등 완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이어 『현재 관심이 예금인출 문제에만 쏠려있는 신규예금 확보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돈우의원(민자)은 『정부가 영세업자 지원을 위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에 2천억원을 배정했는데 이 액수로는 지점 1개당 3억원 밖에 안간다』며 자금지원의 확대를 촉구했다. 유 의원은 또 『한국경제의 견인차는 기업과 근로자』라며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자당의 세제개편 주역인 나오연의원은 『실명제는 부가세의 경우 상당수의 과세특례자(세율 2%)를 일반과세자(10%)로 전환시켜 세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소득세·상속세율의 인하 등 세법의 개정을 정기국회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와함께 『자금출처 조사를 5천만원 이상이라도 증여 혐의자에 한정해야 하며 차명과 가명의 실명화시 이자소득세를 5년간 소급 추징하는 것은 무리』라며 완화책을 촉구했다.
의원들이 제시한 많은 보완책에 대한 홍재형 재무장관의 답변은 한마디로 「원칙고수」였다. 홍 장관은 우선 관심사인 자금출처 조사에 언급,『한도액을 초과인출한 경우에도 소득·사업내용 등을 서면 검토한뒤 증여·투기혐의자에 대해서만 소명자료를 받아 조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당초 알려진 「예외없는 자금출처 조사」가 확대 해석됐음을 분명히 했다.
홍 장관은 또 『기업자금화된 비실명 예금은 자금출처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바람직하나 그동안의 성실 납세자와 형평의 문제가 있다』고 「불가」입장을 밝혔다. 홍 장관은 중소기업 비자금의 산업자금화에 대해 출처조사를 하지 말자는 제안도 같은 취지에서 거부했다.
홍 장관은 이어 장기 국공채 발행을 통한 비실명 자금의 제도금융 유입방안에 대해서도 『금융실명제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특혜의혹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실명제로 인한 퇴장자금 문제에 언급,『특별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면서 일시적인 후유증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이같은 완강한 홍 장관의 자세에 유준상의원(민주)은 『국민의 여망은 철저한 금융실명제 실시』라며 『일시적인 후유증도 간과할 수 없지만 변함없는 추진이 현재의 유일한 선택』이라고 지적,정부의 원칙 고수에 힘을 보탰다.<이영성·신효섭기자>이영성·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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