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전격실시 4일째인 16일에도 신문사에는 독자들의 전화가 쇄도,기자들이 정상업무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중학생인 아들의 대학 학자금을 위해 아들명의로 1천만원짜리 적금을 붓고 있는데 신고해야 합니까』 『남편 퇴직금 2억원을 은행원 권유로 수익성이 높은 노후생활 연금신탁에 여러 명의로 쪼개서 예금했는데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되나요』….신문사에 걸려오는 독자전화는 대부분 여자,특히 중년부인임직한 목소리가 많았고 주로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바꾸려는데도 해도 좋으냐는 문의성 내용들이었다. 간혹 남대문시장 상인이나 평화시장 봉제공장 사장이라고 신분을 밝힌 자영업자들은 전화통에 대고 실명제가 아무리 좋다고 하지만 먹고 살 길을 막아도 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실명제가 목표로 하고 있는 졸부 사채업자 기업비자금 관계자 등 지하자금의 큰손들은 실명제를 피해갈 구멍을 찾는데 골몰,아무 소리없이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다.
실명제 당국자들은 떳떳지 못한 지하자금에 비쳐대야할 실명제라는 서치라이트가 엉뚱하게도 중산층에만 집중되는 양상으로 전개돼 나가는데 아니냐며 당혹해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인 중소기업 사장 회사원 퇴직자들의 불안은 대부분 실명제를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들어 자녀명의로 든 예금은 1천만∼2천만원 정도는 신고를 하든 그대로 자녀명의로 갖고 있든 실명제나 현행 세법상 아무런 피해가 없게 된다. 일부 영세 중소기업의 어음할인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가 보완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의 제도보완 못지않게 중요한게 중산층의 자세다. 실명제의 내용을 우선 잘 파악하고 쓸데 없는 불안감을 갖거나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해서도 안된다. 또 정부는 법령의 자구해석에만 집착,과거의 사소한 잘못까지 시시콜콜이 들추어 내려 해서는 안된다. 중산층이 동요하고 정부가 엄격 적용만을 강조하며 서로 티격태격하면 얼굴없는 검은 손들만 좋아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