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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사각지대」 퇴치 특효(경제의 새틀/금융실명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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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사각지대」 퇴치 특효(경제의 새틀/금융실명제:3)

입력
1993.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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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에 미치는 영향 소득 투명화로 조세정의 확립/「탈세천국」 향락산업 자연도태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개 파동때 봉급생활자들의 울분을 터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명 여자의사 출신 장관이 세무서에 신고한 연간 총소득액이 91년 경우 1천8만원 밖에 안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돈 잘 벌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의사의 연간소득 신고액이 어지간한 봉급생활자의 절반에도 못미친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의가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금융실명제가 정착되면 이러한 세금 사각지대,즉 지하경제가 없어져 조세정의가 확립된다. 국세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하경제규모는 국민총생산(GNP)의 25∼30%에 달하는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재무부가 지난 89년 비공식 추계한 지하경제 규모만도 GNP의 16.77%나 된다. 지난해의 우리나라 경상 GNP가 2백29조9천억원인 것을 감안할 때 지하경제 규모가 줄잡아 최저 39조원에서 최고 69조원에 이르고 있다는 계산이다.

지하경제의 유형은 다양하다. 의사 변호사 등 자영업자들의 불법·편법적인 탈루소득처럼 지엽적인 것에서부터 사채 음성정치자금 뇌물 기업비자금 리베이트 커미션 투기소득 외화도피 밀수 종교단체 헌금 등에 이르기까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소득은 모두 지하경제다. 오로지 봉급생활자들의 소득만 국세청에 1백% 노출되어 세금이 제대로 부과되고 있을 뿐이다. 봉급쟁이의 월급봉투는 유리지갑이다.

반면 사업소득자와 재산소득자의 평균 과세포착률은 81년 기준 각각 38.7%,29.7%로 조사됐다. 재무부는 지금 이 비율이 더 낮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채자금 등을 굴리거나 부동산을 임대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는 재산소득자의 경우 실제소득액이 연간 10억원이라면 2억9천7백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고 나머지 7억3백만원에 대해서는 한푼의 세금도 안냈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과소비 유발업소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온 룸살롱 고급요정 등 호화 사치성 향략산업은 탈세천국이다. 이들 업소는 탈세하는 재미로 장사를 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형(매출액)대로 세금을 다 냈다가는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 이들 향락산업의 주고객은 비자금이나 뇌물 등 「눈먼 돈」 「검은 돈」을 만지는 사람들이다. 이제 향락산업은 존립기반을 잃게 됐다.

금융실명제가 지금의 거래실명화 단계에서 종합과세(96년) 단계로 발전하면 소득탈루(외형누락)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실명제는 바로 전국민과 모든 기업 또는 단체들의 돈주머니와 경리장부를 유리지갑으로 만드는 조치다. 모든 소득자가 실제소득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실명제가 실시된다하여 지하경제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거의 대부분 퇴치될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의 마피아나 일본의 야쿠자처럼 폭력 마약 밀수 등과 관련된 불법단체들의 소득은 여전히 지하경제로 남을 것이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국세청에 포착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투기소득이나 불로소득으로 생산적인 힘을 하지 않고도 호화생활을 해온 「경제백수건달」이 사라지게 됐다.

요즘 제약기술이 발달하여 알약 하나로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 몸속의 모든 기생충을 박멸할 수 있는 약이 나왔듯이 금융실명제도 경제의 암세포격인 갖가지 지하경제 현상들을 일거에 구조적으로 척결할 수 있는 유일한 특효약인 것이다.

지하경제의 창궐은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을 크게 제약하거나 왜곡,정책의 효과를 반감시켜왔다. GNP의 25∼30%가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이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특히 정부의 통화·금리정책은 지하경제의 벽에 부딪쳐 참담한 실패로 귀결되기 일쑤였다.

재무부 당국자들은 이같이 정부정책을 방해하며 고수익을 챙기는 사금융업자들은 「금융계의 검은세력」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마땅한 퇴치수단이 없어 적당한 선에서 흥정 아닌 흥정을 해야 했다.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이 번번이 실패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준일박사(KDI 연구위원)는 『우리나라의 지하경제는 규모가 클뿐만 아니라 은행 등 제도금융권은 물론이고 대기업 등 실물경제와도 밀착되어 있어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을 불구화시켜 버렸다』며 『앞으로 정부의 정책운용이 정상화되고 조세정의의 실현으로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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