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동안의 현안이 결말지어졌나 했더니 또다른 논란이 붙었다. 조선총독부 건물을 언제 헐 것인가 하는 문제에 『서둘러선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조선총독부 건물을 언제 헐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바꿔 말해서 그 안에 들어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언제 짐을 꾸리느냐 하는 문제가 된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 8일 조선총독부 건물을 헐겠다고 밝히자 새 박물관을 먼저 지은 다음에 이사가야 한다는 주장이 초점이다.
이러한 주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전시하고 있는 귀중한 문화재를 함부로 옮길 수는 없다는 신중론이다. 조선총독부 건물을 빨리 헐자면 이들 유물을 임시 박물관으로 옮기고,새 박물관이 완성된 다음 또 옮기는 2중의 위험을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박물관의 건설·이전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것은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복원과 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라는 보다 넓고 근원적인 문제가 직접적인 출발점이다.
그만큼 이 문제는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고,우리가 고려해야될 과제로 보다 넓은 시야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논점을 단순화시켜 본다면 신중론은 「박물관의 유물」을 염두에 둔 것이고,빨리 헐자는 쪽은 민족적 자긍심의 복원을 보다 비중있게 보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두 입장중에서 어느 한쪽을 배타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앞쪽 보다는 뒤쪽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경복궁을 복원하고,총독부 건물을 헐어버리는 것은 땅에 떨어진 민족적 자긍심과 그동안 짓밟혀온 정신적 가치를 제자리에서 돌려놓자는 것이다.
도대체 광복 반세기가 되도록 민족사의 상징인 왕궁안에 총독부 건물을 놔뒀다는 사실보다 더 치욕적인 일은 없다. 우리는 그 총독부를 놔둔채 고도성장을 자랑했고,올림픽을 치렀고,엑스포를 치르고 있다.
우리의 민족적 자긍심이 어떤 상태에 있고,사회정의는 어디로 갔는가? 지금 우리에게 지워진 과업중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급하고 큰 문제는 없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제2의 차선책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7년뒤가 되건,1년뒤가 되건 어쨌든 짐을 한번은 꾸려야 한다. 지금의 시비는 그 시기가 초점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특수포장된 짐은 합당한 환경조절시설이 갖추어진 공간에 임시보관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7천5백점의 상설 전시유물은 최소한의 규모로 줄여 임시공간에서 전시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한 일이지만 마침 전쟁기념관 건물에 시비가 붙어있는 만큼,이 건물을 전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조선총독부가 2000년까지 있어선 안된다. 서둘러 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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