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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띠,그 장엄한 염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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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띠,그 장엄한 염원(사설)

입력
1993.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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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독립문에서 판문점을 바라보는 임진각까지,광복의 그날을 맞아 장엄한 인간띠가 만들어졌다. 오로지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6만여명의 대인파가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 잇기에 나섰다. 광복 48주년을 이어온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의지의 표현이다.분단 반세기에 다가가면서 겨레의 고통은 한계를 넘어섰다. 증오와 대립과 전쟁의 상처는 견디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통일의 전망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시대상황과 역사의 계시는 통일의 여명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낙관이 이를지 모르나 비관의 그림자는 걷혀지고 있음이 뚜렷하다.

남과 북이 함께 통일의 염원이 충만해간다. 감상과 기대에 머물지 않고 구체화되어가는 조짐이 보인다. 문민정부의 통일의지엔 한점 의혹이 있을 수 없다. 민간에서 밀고 끌어가면 그만큼 촉진되고 힘이 붙는다. 과거의 정권에선 불행하게도 분단과 통일논의가 내부 분열을 일으켰다. 민간은 정부의 통일노력을 불신하고 정부도 민간을 믿지 못했다. 통일운동은 합법과 불법의 테두리를 넘어서 어지럽게 방향을 잃고 있었다.

이제는 그때와 완연히 다르다. 지금부터의 통일운동은 먼저 우리 정부와 민간이 함께 손에 손을 잡고 나서야 한다. 더이상의 반목이나 불신은 오히려 장애요인이 될 뿐이다. 현실적으로 통일의 최대장애가 남북의 상호 불신임을 감안하면 우리 내부의 신뢰 쌓기가 가장 시급하다. 이런 뜻으로 합법의 테두리안에서 이뤄진 인간띠 잇기는 통일운동의 새로운 상징이자 이정표로 꼽을만 하다.

광복의 감격을 통일의 감동으로 이어주기 위해 30여개 단체에서 6만여명이 한덩어리가 되어 분단선 눈앞에까지 줄지어 섰음은 그 자체로 감격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남음이 있다. 인간띠 잇기는 기독교가 중심이 되었다고 하나,그것은 겨레의 의지를 과시함이나 마찬가지다. 독립문에서 시작돼 임진각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북한 동포가 인간띠를 이어 판문점에서 평양까지 통일의 동포연대를 이어갈 수만 있다면 우리가 광복절을 맞이하듯 어느날 「통일절」을 기념할 시기가 멀지 않을 것이다.

인간띠 잇기는 민간통일운동의 한가지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정부와 대결하는 과격한 시위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그렇게 불필요한 힘을 낭비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서로가 앞에 나서면 이끌어주고 뒤에서는 밀어주는 협력관계가 요구되고 있다. 무작정 「가자 북으로…」해서 통일이 당겨지지 않음을 그동안의 체험으로 깨달았다.

분단의 극복 즉 통일은 모두가 하나로 합하는 것이다. 남과 북에서 뜻을 합하고 다시 남북이 합치면 그날이 바로 통일의 날이 되리라 확신한다. 남북의 인간띠가 그래야 맺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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