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 소멸 어음할인 중단/정부지원 기준높아 “그림의 떡”정부의 전격적인 금융실명제 실시로 영세 중소기업체들 대다수가 「실명」 위기에 몰리고 있다.
금융실명제 실시와 함께 사채시장이 사실상 소멸돼 급전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체가 부도사태를 맞는가 하면 세금계산서 발행없이 무자료 거래를 해온 업체들은 13일 이후 아예 거래실적이 없어 개점 휴업상태다.
아직까지는 금융실명제 실시에따른 충격이 중소기업체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소기업체의 연쇄부도와 거래중단 등이 계속되면 이들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부품 등을 공급받는 대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플라스틱 건축자재 생산업체인 Y양행의 경우 13일부터 사채시장을 통한 어음할인이 완전히 중단된데다 명동 여의도 강남 일대의 전주들도 사라져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막제조업체인 S산업은 13일 만기가 돼 결제요구가 들어온 5천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S산업은 5천만원의 어음결제대금중 1천만원을 끝내 못구해 부도가 난 것으로 알려져 자금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Y양행의 신모사장은 『중소기업체치고는 자금사정이 괜찮은 편인 우리 회사도 은행어음 할인한도가 넘는 경우가 많아 급하게 써야 할 돈은 사채시장을 통해 5천만∼1억원씩 조달해왔다』며 『사채시장의 기능이 한달만 더 정지될 경우 회사문을 닫는 상황에까지 몰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특히 건자재업체들은 건설경기 침체와 (주)한양의 미수금 연체로 업체당 수억원씩의 자금이 잠긴 상태여서 사채자금의 공급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더욱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사채시장에서의 어음할인 중단은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라 어음유통과정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인데 사채업자 대부분이 자금추적 조사를 피해 13일이후 일체의 활동을 중단해 중소기업체들은 판매대금으로 받은 어음을 할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잡화류 수출입업체인 T사의 경우 그동안 거래처와 세금계산서없이 거래해왔으나 실명제 실시이후 「무자료거래」가 불가능해져 13·14일 이틀간 매출실적이 전혀 없는 상태다. 용산 전자상가와 청계천 세운상가 등 중간도매상을 역시 무자료거래가 끊겨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특히 상당수 중소기업체들은 사채시장에서의 어음할인이 중단된 상태여서 어음을 받을 수도 없어 이래 저래 거래가 이뤄지고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중소기업체들은 정부가 실명제 실시와 함께 지원키로 한 3천8백억원의 긴급 대출자금도 담보능력 부족과 까다로운 대출기준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쇄공업협동조합연합회의 김홍원전무는 『중소기업 지원자금이 나와도 대부분의 중소업체는 담보가 없어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고 막상 지원받는다해도 정부 발표이후 실제 창구에서 대출받는데는 한달이상 걸리는데다 구비서류 작성에 시일이 오래 걸려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진흥공단의 전성환 조사부장은 『아직까지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안되고 있지만 어음할인이 이뤄지지 않는 점만으로도 중소기업체들의 어려움이 매우 클 것』이라며 『중소기업체의 경영자들 모두가 금융실명제에 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나 급작스럽게 실시돼 충격이 더욱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박정태기자>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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