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에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던 14일 상오 서울 여의도 민자당사와 과천 건설부청사에서는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행태가 연출됐다.금융실명제 후속조치로 지난 13일 발표된 토지거래허가제의 전국 확대실시에 따른 실행작업 준비에 건설부 직원들이 매달려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던 그 시간에 여의도 민자당사에서는 이 방안을 무산시키기 위한 당정협의가 열려 「실시계획 재검토」라는 결론까지 도출됐다. 이 소식을 접한 건설부 관계자들은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은뒤 어리벙벙해하며 진위확인을 하느라 한동안 법석을 떨어야 했다. 한참이 지난후 건설부는 「당정이 토지거래허가제 전국 확대방안을 재검토키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우리는 이를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며 재검토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국민경제생활에 끼치는 엄청난 파급영향을 감안하면 당과 정부간에 또 정부 부처간에도 이에 대한 시각과 입장이 다를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이날 당정협의에서 특히 민자당측이 이 계획에 극력 반대한 것은 국민들이 금융실명제 충격에 불안해하고 있는 마당에 또 하나의 극약처방을 쓸 경우 경제가 완전히 냉각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금융실명제로 돈흐름이 완연하게 드러나게 되어있는데 누가 부동산투기를 하겠느냐는 논리가 이에 곁들여졌다. 한마디로 토지거래허가제 확대실시는 현 시점에서 문제만 일으키는 과격하고 쓸데없는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실시는 금융실명제에 따른 부작용으로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는 부동산투기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취지로 건설부 경제기획원 재무부 등 관계부처간 협의가 이뤄져 발표된 정책이다. 이중삼중으로 강화해도 결코 과할 수 없는 부동산 대책인 것이다. 이미 국민들에게 발표까지 된 정책을 놓고 관련 당정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식으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지 않다. 더구나 지금같은 비상한 시기에 이견돌출이 있다는 것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걱정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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