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불구 일반투자 늘어/“현금사장화“… 새지폐 발행설도금융실명제 시행 이틀째인 14일 금융시장은 주가가 연이틀 폭락하고 채권 사채의 거래 두절이 지속되는 등 혼란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단기급전 조달창구인 사채시장이 전면 마비됨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부도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등 부분적이나마 실명제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은행에 돈을 맡겨놓고 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심리는 여전해 우선 현찰로 돈을 빼가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일이 실명확인을 해야 하는 자기앞수표 발행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현금통화는 13일 평소보다 훨씬 많은 1천7백억원이 풀려나간데 이어 이날에도 급증세가 지속됐다.
주가는 이틀째 폭락했지만 거래량은 평소 수준을 웃도는 2천1백만주를 기록했으며 특히 일반투자자들의 매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증권사 직원들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었다. 증권사들은 불안심리로 이날에도 주가폭락은 물론 거래도 잘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고액자산가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단자사에는 전날보다 3∼4배 많은 예금주가 대거 나타나 큰손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은행창구에는 전날처럼 문의전화만 쇄도했을뿐 우려했던 현금 대량인출 사태는 보이지 않는 비교적 평온한 상태를 보였다. 문의전화의 주요내용은 『예금주 본인이 해외출장인데 어떻게 실명으로 등록하나』 『부인이름으로 된 통장인데 꼭 실명전환을 해야하나』 『자녀명의의 통장을 그대로 두면 증여세를 물게 되나』와 같은 차명계좌에 관한 것이 가장 많았다고 일선창구 관계자들은 전언.
그러나 예금인출이 집중되는 토요일인데다 주민등록증으로 실명확인 절차를 밟는 고객 때문에 은행창구는 평소 토요일보다 다소 혼잡해 일부 점포들에서는 문의고객을 위한 실명제 상담창구를 설치하고 업무시간을 폐점시간인 하오 1시30분보다 10∼20분 정도 연장하기도.
○…실명제 실시 첫날인 13일 현금통화 증가액이 1천7백억원으로 현금인출이 평상시보다 크게 늘어났음을 반영.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실명제 실시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으로 소액 고객들의 현금인출이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며 『실명제로 직접적 타격을 입게 될 큰손들은 이미 은행권에서 빠져나갔거나 1∼2주정도 관망기간을 거쳐 서서히 움직임을 드러낼 것』이라고 분석.
은행들은 그러나 우려했던 대량인출사태가 벌어지지 않자 일단 안도의 빛을 보이고 있지만 실명제 이후 거액고객은 물론 서민 가계예금조차 사실상 중단돼 장기적 자금수습대책 마련에 크게 고민하는 모습. 특히 대표적 무기명예금인 양도성예금증서(CD)가 상환은 물론 매입요청까지 사실상 중단된 거래마비사태가 빚어지자 은행 관계자들은 『그동안 CD에 의존해왔던 재원조달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며 곤혹스런 표정.
이에 따라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14일 하오 전국 부·점장 회의를 긴급 소집해 실명제 실행에 따른 고객설득과 자금관리 및 새로운 영업전략 수립에 관한 대책을 숙의.
○…주가가 이틀째 대폭락하자 각 증권사 객장에서 전광판을 지켜보던 투자자들과 증권사 직원 모두 망연자실.
이날 대부분 객장에는 전일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는데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자」 주문으로 상오 10시부터 10여분간 개장가(23.4포인트 하락)보다 하락폭이 둔화되자 환호성이 터져나오기도. 이때 상당수의 일반투자자들은 『증권프로와 냉정하기로 소문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산다. 매수시점이 틀림없다』며 급히 매수를 주문. 그러나 이후 시간이 갈수록 하락폭이 커지자 일부투자자는 『다시는 증권을 하지 않겠다』며 객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는 여전.
13일까지만해도 『6백50이 1차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하던 증권사 직원들도 『6백30선에서 반등할 것』 『아무리 그래도 6백이야 무너지겠느냐』며 바닥점 예상지를 계속 낮추어 수정.
○…실명제 쇼크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증권계 여기저기서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부분 『자금출처 조사는 사정이다. 실명제와 같이 엄청난 개혁을 하면서 사정을 병행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자금출처 조사 면제범위(최고 5천만원까지)를 대폭 상향조정하든가 아니면 실명제로 인한 혼란을 고려,당분간은 자금조사를 중단해야 한다. 또 출처조사는 국세청이 임의로 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조사 자체가 또다른 거대한 비리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주장.
○…단자 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 창구에서는 예금 입출금이 거의 끊긴채 실명제 실시에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대거 몰려들어 혼잡한 분위기.
그러나 예금 입출금은 평상시의 25∼30%에 그쳐 고객들이 대부분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J투자금융의 경우 이날 인출된 금액은 3억원 수준으로 평소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자금이 당장 필요한 선의의 예금자도 3천만원 이상 인출자에 대한 국세청 보고가 두려워 인출을 망설이는 모습.
한편 명동 단자업계 등에는 이날 정부가 실명제 실시에 따른 현금 사장화를 막기 위해 1만원짜리 새 지폐를 발행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이백규·김경철·김상철기자>이백규·김경철·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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