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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충격흡수대책 허술/정부,금융시장 경색에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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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충격흡수대책 허술/정부,금융시장 경색에 당혹

입력
1993.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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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융 공백메울 대안 시급/투자위축·수출지장 불보듯금융시장이 부분적으로 마비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은행의 일상적인 자금거래만 이루어지고 있을뿐 증권 단자 등 제2금융권이 업무중단 상태나 마찬가지다. 사채시장이 완전 마비돼 사금융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연쇄적인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실명제 충격파가 증권시장과 사채시장을 시작으로 모든 제도금융권에 파급되면서 중소기업 등 실물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실명제 부작용의 조기수습을 소홀히 해서 금융시장 마비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중소기업이 연쇄 도산되는 등 경제 전체가 큰 혼란에 빠져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정책당국자들도 『경제적 충격과 부작용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고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채 등 사금융의 뿌리가 워낙 깊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다』며 『사금융의 공백을 채울만한 적절한 대책강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명제 실시이후 주식시장은 연일 대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 종합지수가 13일 32.37포인트 빠진데 이어 14일에도 26.90포인트 떨어져 반일장 이틀동안 무려 59.27포인트 하락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는 물론이고 정부가 설비투자 공급수단으로 발행하고 있는 산금채 중금채 등 주요 채권거래도 사실상 중단됐다. 채권시장에서는 「사자」와 「팔자」가 모두 자취를 감춰 이틀째 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시세마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자금중개시장의 두 기둥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제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D단자회사의 한 임원은 『정부가 실명제 실시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자금시장 마비현상이 장기화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명제의 강도에 비해 충격흡수 대책이 아주 허술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의 실명제 실시로 사채자금은 금융시장에서 완전히 추방되게 되어 있다. 더구나 사채업자들은 엄청난 「재산손실」을 당하게 되어 있다. 기존의 가명계좌를 경과기간(10월12일)안에 실명전환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해 증여세 등 많은 세금을 물어야하고 실명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에도 언젠가는 과징금(원금의 10∼60%)을 내야 한다. 사채업자로 봐서는 이나 저나 원금을 떼이게 된 셈이다.

금융 관계자들은 『전문사채업자만 사채시장에 자금을 댄 것이 아니라 정치인 공직자 기업인 퇴직자 등 일반인들도 이름을 숨긴채 자금을 굴렸다』며 『원금을 떼이게 된 것은 그들에게 있어 청천벽력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사채시장에 철퇴를 내린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채시장 마비에 따른 적절한 대책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하경제의 규모가 국민총생산(GNP)의 25∼3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실효성있는 대책이 준비되어 제때에 시행되어야 하는데도 정부당국에서 『실명제 부작용은 일시적 현상으로 곧 정상화될 것』이라며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책의 전면 수정도 불가피하다. 성장률 저하와 설비투자 위축심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잖아도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데 금융시장이 마비되어 설상가상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설비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연명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있는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산업생산과 함께 수출에도 큰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2단계 금리자유화 실시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전체가 실명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자유화 조치라는 또다른 충격을 가한다면 불난 집에 기름붓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금리자유화를 먼저 실시한 다음 실명제를 단행하는게 순리였다』며 『실명제가 일단 실시된 이상 경제를 하루빨리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금리자유화와 같은 조치를 연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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