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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명 장기채권/양도성예금증서/실명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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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명 장기채권/양도성예금증서/실명제 “사각지대”

입력
1993.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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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제재규정 없어/20년까지 실명 유예가능/재산은닉 무기로 “매점매석”12일 전격 실시된 금융실명제가 무기명 장기채권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보유자에게 상당기간 「실명노출 유예기간」을 제공하는 시행상 허점이 있어 이들 금융상품을 보유한 공직자들의 은닉재산을 밝혀내는데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기명 장기채권과 CD는 공직자 재산등록을 앞두고 품귀현상까지 일 정도로 재산은닉 수단으로 각광받았으며 공직자들이 재산규모를 줄이기 위해 대량 급매입했다는 것은 사채시장과 단자·종합금융사 등 제2금융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번 금융실명제 시행지침엔 「이미 발행된 채권 수익증권 CD 등을 실물로 직접 보유하는 자가 금융기관과 매매,원리금 상환 등의 금융거래를 할 때 실명을 밝혀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만기 3∼20년짜리 장기채권이나 만기 3∼9개월짜리 CD 보유자들은 만기가 되는 3개월후에서부터 최고 20년후에 자신의 실명을 밝히면 된다. 일반 은행계좌에 개설된 가·차명,무기명 통장소유자가 2개월이내 모두 실명전환해야 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특혜다.

서울 명동의 모단자사 M과장(37)은 『공직자 재산등록 당시 무기명 증서인 CD는 신분노출이 안되는데다 세금이 없고 5천만원 이상의 거액을 증서 1장으로 보관할 수 있으며 당시 금융상품상 수익률도 최고수준이어서 불티나게 팔렸다』며 『금융실명제 실시에도 CD는 만기전에 일반 기업체나 사채업자 등에 매각돼 보유자의 신분이 순순히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과장은 또 『실명제가 실시되자마자 곧바로 만기가 닥친 CD를 보유한 공직자중엔 아예 CD를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만기가 돌아온 채권·증서를 찾아가지 않은 사람에 대한 구체적 조치규정이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무기명인데다 상환기간이 길어 공직자나 부유층의 편법증여·상속수단으로 애용돼온 만기 3∼20년짜리 장기채권(주택채권,지하철 공사채,지방자치단체 발행 채권 등)의 보유자들은 최고 20년까지 실명을 밝히지 않아도 되며 만기전에 기업체 등에 유통시켜 현금화할 수 있어 실명 노출의 위험이 거의 없는 셈이다.

모증권사 명동지점의 채권담당 상담직원(30)은 『공직자 재산등록을 앞둔 2개월전쯤에 장기채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을 만큼 품귀현상이 일어나 프리미엄까지 붙었다』며 『금융실명제 실시후 일절 매물이 나오지 않아 거래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의 모은행 영업부장 K씨(55)에 의하면 재산등록기간을 전후해 고위공직자들이 수백억원대의 CD를 사들였다 실명제 실시가 임박한 지난달 갑작스럽게 평상시 할인율(14%대) 보다 파격적으로 높은 30∼40% 할인율로 대량 덤핑 매각한다는 소문이 금융계에 파다했었다.

K씨는 『당시만해도 근거없는 소문으로 치부됐으나 실명제 실시이후 그 소문이 실명제와 관련된 것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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