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전격 실시로 뒤통수를 맞은 거액의 검은 돈 예금자들은 발을 동동구르겠지만 일찌감치 거액의 현금을 챙긴 큰손들도 안전한 보관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특히 지난달말 김문기 전 민자당 의원(61) 집에서 수억원대의 돈이 강탈당해 길거리에 뿌려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자칫 잘못하다간 돈 잃고 망신도 당한다는 불안감이 팽배,고민을 증폭시키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현금 보관방법은 금고. 실제로 올 상반기 금고수입액은 1백33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42%나 늘었다. 수입금고중에는 일제 구마히라금고가 특히 인기다. 실명제 실시 발표이후 금고가게에 문의전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땅속을 돈을 묻는 고전적 방법도 다시 등장했다.
증권가의 한 큰손은 올 봄 사정이 본격화되자 모든 금융재산을 현금화해 금고에 넣은채 정원에 묻었다고 한다. 가족들도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
그는 『당분간 돈이 없다고 생각하고 묻은 곳을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은행 대여금고도 수수료만 내면 비밀리에 이용할 수 있지만 크기가 깊이 60㎝ 가로·세로 20∼30㎝ 정도여서 많은 현금의 보관용으로는 너무 작다.
사실 현금은 무게와 부피가 만만치 않다. 최고액인 1만원권 새돈 1억원 뭉치의 무게는 11.3㎏. 흔히 007가방이라고 부르는 서류가방에는 가득 넣어야 5천만원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은행에서 현금운반때 사용하는 2억원들이 마대자루의 무게는 약 24㎏이다.
보통사람들은 은행 현금창고에 들어가 『마음껏 집어가라』고 해도 4억원 이상 가져가지를 못한다.
지난 7월말 현재 우리나라 현금유통량은 10조2천3백21억원. 이중 은행이 1조2천억원을 보유,시중 현금유통액은 9조원으로 추정된다. 1만원권으로 환산하면 약 1천톤의 무게다.<이원락기자>이원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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