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현안문제 가운데 시간을 다투는 문제의 하나는 사할린 동포의 귀환문제다. 동토 사할린에서 우리 동포의 망향이 사무친지 반세기,뜨거운 귀향의 소망은 아직 얼어붙은 상태다. 광복된지 48년이 됐는데도 동포의 핏줄이 여전히 국제미아처럼 이역만리에 버려져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징용으로 사할린 탄광에 끌려간 동포는 4만3천명이었다. 하루 12시간 굶주림속에서 중노동을 하다가 추위와 허기에 지쳐 매일 4∼5명씩 숨져갔다. 일본이 패망하자 동포들은 귀국의 기쁨에 날아갈듯 흥분했으나 구 소련군의 진주로 억류되고 말았다. 반면에 사할린 거주 일본인은 일본과 구 소련의 국교정상화로 모두 귀환했다. ◆한국인을 끌고갔던 일본인은 제나라로 귀국했으나 노예처럼 끌려갔던 한국인은 제나라를 찾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모두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의 책임이다. 지난 85년 당시 소련 국세조사에 의하면 사할린 동포는 2∼3세까지 합쳐 8만명. 이 가운데 3천명은 조국땅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무국적 한국인」으로 남아있다. 이들은 한국에 돌아갈 일념으로 취직·의료 등 갖가지 차별을 무릅쓰고 지금도 무국적을 고집하고 있다. ◆일제는 「내선일체」를 내세워 우리 동포를 일본 국적으로 끌고 갔었다. 그런데 일본이 패망하자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의해 일본 국적이 상실됐다면서 사할린 동포의 귀향을 외면했다. 일본이 사할린 동포의 원상회복에 책임이 있음은 누가 뭐래도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은 사할린 동포의 귀환과 피해보상에 성의를 다해야 한다. ◆89년 우리나라와 구 소련의 국교가 수립되면서 사할린 동포의 영주귀국이 추진되어 왔다. 그동안 젊을 때 끌려갔다가 반세기만에 고국에 돌아온 사할린 할아버지·할머니는 모두 2백2명. 이들의 영주귀국은 대한적십자사와 중소이산가족회 등 민간단체의 도움에 의한 것이다. 귀국을 기다리는 사할린 동포 1세는 대부분 70∼80세 노인이다. 더 늦기전에 이들의 「망향의 한」을 풀어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일본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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