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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진입위한 “개혁중 개혁”(경제의 새틀/금융실명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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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진입위한 “개혁중 개혁”(경제의 새틀/금융실명제:1)

입력
199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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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투자의욕 고취 성공관건/실패땐 「추락한 용」 표본될 수도금융실명제는 우리나라에 있어 「경제혁명」이다. 국세청의 컴퓨터로 모든 국민의 재산보유현황과 거래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실명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산등록제나 마찬가지다. 실명제 실시로 기존의 금융관행이 뿌리째 바뀌게 됐다. 자금거래를 수반하는 실물경제도 같이 변할 수 밖에 없다.

또 음성정치자금 뇌물 사채 등 「검은 돈」의 거래가 제도적으로 제약을 받게 된다. 재벌총수들의 사전 상속 등 편법적인 「부의 세속」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실명제는 한마디로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문의 구조적 악습을 씻어낼 수 있는 「선제」로 개혁중의 개혁이다. 경제정의와 조세형평을 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전이라는 평가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문에 걸친 대폭적 제도개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비실명제」를 바탕에 두고 만들어진 각종 법률과 제도 관행 등이 이제는 실명제 실시에 맞게 뜯어 고쳐지지 않으면 안된다. 문민정부의 실질적인 개혁정책이 이제야 본격 시행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영삼대통령의 금융실명제 단행은 한국경제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실명제를 우리나라처럼 인위적인 조치에 의해 광범위하게 시행한 나라는 지구상에 아직 없다. 미국 영국 등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금융실명제가 사회적 관행에 의해 시행되기 시작해 컴퓨터가 본격 보급되면서 경제적 제도로서 완전 정착됐다.

인위적인 조치에 의해 시행된게 아니다. 동양의 선진국인 일본은 금융실명제(그린카드제)를 도입하려했다가 정치권과 재계의 반발에 부딪쳐 중도포기하고 말았다. 이제는 행정지도로 실명거래를 유도하고 있을 뿐이다. 대만도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나 거대한 사금융을 통제하지 못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지구상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남들이 가본 적이 없는 개혁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과거 군사정권은 개발독재에 의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선진국이 1백∼2백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혁명을 우리나라는 불과 30여년만에 달성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압축성장」이라 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진입했을 뿐이지 아직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2차대전후 개도국이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케이스는 없다. 많은 나라들이 문턱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와 필리핀이 대표적인 예이다.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에 대해 근본적으로 경제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6공 정부때까지 우리나라도 이와같은 처지였다. 김 대통령이 『개혁없이는 선진국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누누이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실명제는 곧 선진국 진입의 문턱을 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김 대통령은 취임후 첫 대국민담화를 통해 『경제개혁으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실현하지 못한 압축성장을 해냈듯이 이번에도 금융실명제라는 개혁을 통해 개도국의 선진국 진입이라는 또다른 세계신기록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선진국 진입 실현이다.

금융실명제의 전격 실시는 그 당위성과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을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등 현실 경제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충분히 예상했던 것이기는 하나 침체국면의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감당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명제는 「온몸을 마취시킨뒤 실시하는 대수술」이어서 수술을 했다 할지라도 마취상태가 정상적으로 풀리지 않을 경우 경제전체를 불구로 만들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부작용을 조기에 막지 못해 실명제가 「개혁을 위한 개혁」이 되어버릴 경우 우리나라는 개도국 개혁의 실패 표본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경제상태는 남미나 필리핀 이상으로 후퇴할 우려가 있다. 실명제 성공의 최대관건은 일반국민의 저축의욕과 기업의 투자의욕을 얼마나 부추길 수 있느냐이다. 저축의욕을 잃은 일반국민들이 소비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실물투기가 되살아나면 금융실명제는 「교각살우」가 되고 말 것이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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