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출방법 문의전화는 빗발/일부 제2금융권선 현금 달려 허둥지둥/금값 돈당 5백원·암달러시세 50원 뛰어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된 첫날인 13일 증권투자자들의 투매현상을 제외하고는 은행 및 단자 투신 등 각 금융기관에는 현금인출방법 앞으로의 전망 등을 묻는 전화가 쇄도했으나 외견상으로는 큰혼란 없이 관망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가명·차명·도명계좌를 개설했거나 거액의 채권을 가진 고객들은 평소 친한 직원들에게 「혹시 방법이 없겠느냐」는 식의 은밀한 전화도 많이 걸어와 실명제 실시가 주는 충격을 반영했다.
또 서울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시장에서는 금 소매값이 이날 돈당 5백원이 뛰었고 각 동사무소에는 주민등록등본 신청·분실신고가 늘어나는 등 실명제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역력했다.
▷은행◁
각 은행들은 아침부터 걸려온 고객들의 문의전화를 전담직원으로 상담창구를 마련해 응답했다.
고객들은 주로 해외취업 남편명의의 통장,남편 몰래 가입한 남편명의의 계좌,모임 및 단체예금의 대표명의 처리 등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은행 관계자들은 수년전 회사를 그만둔 직원명의로 된 계좌 처리문제와 단체명의 통장의 종합금융세금 처리문제 등에 관한 실무적인 지침이 아직 시달되지 않아 시행초기 각 점포마다 고객과 은행측간의 마찰을 우려했다.
고객들은 이날 대부분 주민등록증,의료보험증을 갖고 오는 등 실명제에 대한 준비를 해왔으나 일부는 주민등록증이 없어 예금의 입출금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독일에 나가 있는 남편이름으로 무통장입금을 하러온 성유완씨(58·여·서울 동작구 흑석동)는 남편의 주민등록증이 없어 입금이 불가능해지자 『오늘안으로 입금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제2금융권◁
단자·투신·종금 등 제2금융기관이 몰린 서울 중구 명동·소공동 각 지점에는 13일 하오 2시이후 평소보다 20% 가량 많은 고객들이 찾아왔으나 예금인출보다는 금융가 분위기 파악에 애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일부 고액투자자들이 억단위의 뭉칫돈을 인출하려하자 투자신탁사가 현금보유액이 적어 급히 거래은행에 부탁했으나 은행도 현금인출에 대비,난색을 표명해 「현금부족 도미노현상」도 벌어졌다.
13일 하오 2시30분께 대한투자신탁 J지점은 단골 고액투자가 2명이 각각 2억원과 1억원을 인출하겠다고 통보하자 전 직원을 동원,인근 거래은행 4∼5군데에 보내 긴급 현금확보에 나서 이날 하오 4시께 2억원을 가까스로 마련하기도 했다.
▷부동산업계◁
부동산업계는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로 은행 등 제도금융권과 지하경제에서 쏟아진 자금이 부동산 등 실물쪽으로 몰릴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자금출처조사·토지거래 허가제 확대 등이 사정한파로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경기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대한부동산컨설팅의 한 관계자는 『투기성 부동산거래는 새정부 들어서 토지초과이득세 부과·사정한파 등으로 극히 위축된 상황』이라며 『금융실명제 실시로 인한 유동성 자금이 뻔히 중과세 대상임을 알면서 부동산 거래쪽으로 몰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귀금속·골동품업계◁
서울 종로구 예지동 귀금속시장과 종로구 인사동 화랑가는 시중자금의 흐름과 실명제 실시로 사채시장 등으로 흡수됐던 「자금」이 환금성 높은 금과 골동품시장으로 흡수될 것으로 기대하며 민감한 반응들이었다.
예지동 귀금속상가는 이른 아침부터 금시세를 문의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쳤으며 금 도·소매장에서도 향후 금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매물을 내놓지 않아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예지동 귀금속시장의 도매 금시세는 전날보다 돈당 5백원이 오른 4만1천5백원에 거래됐다.
▷암달러시장◁
1달러당 매도가격은 전날 8백20원에서 8백60원으로,매입가격도 8백50원에서 9백원으로 40,50원씩 올랐다.
암달러상들은 『일단 「사놓고 보자」는 심리 때문에 암달러 시세의 상승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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