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합→연방제→완전통일로/북 핵등 현안 「일괄 타결」 바람직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는 13일 정계은퇴이후 영국 체류기간에 구체화시킨 통일구상을 처음으로 밝혔다.
김 전 대표의 이날 강연은 「도쿄납치 생환 20주년 기념행사」에 포함돼 있었지만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김 전 대표가 통일시점을 95년으로 전망하면서 통일형태를 「공화국 연합체」로 상정한 대목이다. 이날 김 전 대표가 밝힌 통일구상은 자신의 지표인 3단계 통일론을 구체화,발전시킨 것으로 공화국 연합체는 그 1단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의 이 전망은 통일에 대한 희망적 전망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예년의 경우와 달리 재야 인사들이 주축이 된 「김대중선생 생환 20주년 기념모임」이 주관했다. 행사에는 당초 초청장을 발송한 2천여명보다 많은 3천여명이 참석,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3시간이 넘도록 계속됐으며 행사 준비위원장인 한승헌변호사와 강문규 YMCA 총무가 각각 강연을 했다. 이와함께 민주당 납치사건 진상조사위의 조사활동 보고도 있었으며 주최측이 마련한 만찬과 여흥순서도 이어져 성황을 이루었다.
○…김 전 대표의 강연은 「해방 50주년에 국가연합방식의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으로 1시간20여분간 진행됐다.
김 전 대표는 먼저 『우리는 독일 통일에서 같은 민족이라는 것은 통일의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며 단계적이고 착실한 통일만이 바람직하다는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서두를 열었다.
김 전 대표는 『우리는 이제 통일에 나서야 하며 이를 더 늦출 이유가 없다』고 전제한뒤 통일을 위한 자신의 3원칙과 3단계 방안을 상기.
그는 『3원칙이란 평화공존·평화교류·평화통일이며 3단계란 국가연합단계·연방제단계·완전통일단계』라고 설명하고 『나의 이러한 주장은 독일의 조급한 흡수통일에 의한 폐단을 볼때 그 정당성이 다시한번 입증됐다』고 주장.
김 전 대표는 특히 통일 1단계인 공화국 연합에 대해 언급하면서 『공화국 연합체는 남북한 모두에게 안전과 이익이 되는 것으로 해방 50주년이 되는 95년까지 반드시 이뤄지리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반드시 해결돼야 하고 그 방법을 우리가 찾아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지만 모든 현안을 「일괄타결」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
김 전 대표는 『북한은 현재 강경파가 주도가 돼 NPT 탈퇴를 선언하고 초강경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온건개방파 입지를 강화시켜주어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모든 현안의 일괄타결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공산당을 다루는데는 행인의 오버코트를 벗기는데 북풍보다 태양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솝우화를 깊이 음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특히 『통일의 주체는 국민』이라고 전제,『따라서 통일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개방,국민적 합의에 의한 통일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 그는 이어 『통일방안에 대한 단일안 또는 복수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에 의한 정통성있는 통일론을 완성한뒤 이를 갖고 북한과 협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
○…이날 행사는 한승헌 준비위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남녀 대학생이 나와 김 전 대표에게 축하꽃다발을 증정하는 것으로 시작,이에 장내는 박수소리로 분위기가 금세 고조됐다.
테너 김종호씨 가수 신형원씨 영화 「서편제」 주인공인 김명곤 오정해씨가 각각 생환 축하곡을 불렀다.
한 변호사와 강 총무는 각각 「김대중선생 납치사건을 다시 생각한다」 「김대중선생의 앞날에 바란다」는 제목의 기념강연으로 행사를 이어갔다.
납치사건 조사위원장인 김영배의원은 활동보고서에서 『이 사건은 건국이래 최대의 추악한 정치테러사건』이라고 규정한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진상이 규명되지 못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고 피력.
이날 행사에는 김수환추기경과 강원룡목사를 비롯,이기택 민주당 대표와 소속의원들이 거의 참석했으며 박찬종 신정당 대표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영삼대통령은 주돈식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보내 난을 전달했으며 또한 나임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비롯한 외교사절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 김 전 대표는 이에 앞서 이날 상오 10시께 평소 다니던 서교성당에서 당소속 가톨릭신자 의원 10여명 및 일반신도 3백여명과 함께 생환기념 미사를 갖고 신앙간증을 했다.
김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하느님이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친 죽음속에서 구해주신 것은 당신의 도구로 쓰기 위함이었다』며 『대선에서 낙선한 것도 통일문제에 전념케 하려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권대익기자>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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