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오피스텔 새 투기대상” 지적도/증시 가·차명계좌 규모·동향이 변수▷부동산◁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 나타날 심각한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던 부동산투기 재연과 가격폭등 우려는 토지거래허가제의 전국 확대실시로 일단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 조치는 금융실명제 실시로 인해 지난달말 현재 1백1조원에 달하는 총통화중 20조원 가량은 오갈데가 없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제도권·비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이탈되는 막대한 규모의 뭉칫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길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 이번 토지거래허가제 확대실시의 취지다.
극약처방에 가까운 이번 조치로 토지 등 부동산거래는 사실상 거의 동결될 전망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매매 거래행위 자체를 물리적으로 규제하는 가장 과격한 정책. 까다로운 심사와 절차로 인해 그동안 허가구역에서는 실수요자들조차 토지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려웠던 형편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심사기준을 가일층 강화하고 허가를 내주더라도 허가 즉시 국세청에 거래내용을 통보,자금출처 조사 등을 실시키로 하는 등 2중 3중으로 그물을 치기로 해 불요불급한 투자·투기성 거래는 물론이고 긴급한 실수요자들마저 토지를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내에서도 일정규모 이하의 토지는 사후 신고만으로 거래가 가능하나 금융실명제로 인해 구입자금을 은행,증권 창구 등에서 빼내는 것조차 마음에 걸려 소규모 토지거래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은 올 연말까지는 거래가 극도로 위축되는 가운데 가격도 현 수준이하에서 보합세를 유지할 공산이 크며 상황에 따라서는 일시적인 폭락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금융실명제하에서 금융시장보다는 역시 실물부문으로 돈이 모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는 부동산투기가 다시 일어날 염려가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상가와 오피스텔은 제도적으로 거래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있어 새로운 투기대상으로 부동자금이 당장이라도 몰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정부의 토지거래 허가지역 확대로 토지거래 허가구역내 모든 토지거래가 허가대상이 아니라 일정면적과 요건에 해당하는 토지만 허가심사 대상이 된다. 일정면적 이하의 토지는 거래계약을 체결한후 해당 시군에 신고만 하면 즉각 신고가 수리되고 법적인 거래효력을 갖게 된다. 허가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거래가격(등록세 취득세 등 부대비용 포함)이 공시지가의 1.2배를 넘지 않아야 하고 ▲취득목적이 자기 거주용이거나 시행중인 사업확장을 위한 것,일상생활 및 통상적인 경제활동에 불가피하고 토지이어야 하며 ▲이용목적이 토지이용계획,공공시설계획 또는 자연환경 보전 등의 요건에 적합해야 한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증시◁
증권시장의 실명제에 대한 첫 대응은 「붕락사태」였다.
13일 주식시장은 격렬한 투매로 종합주가지수가 대폭락하고 증시자금도 대거 이탈했다. 국내 주식시장 37년 역사상 최악의 사태였다.
이에 따라 투자자에게 『실명제는 단기적으로 악재지만 장기적으로 호재』라고 설명하던 증권사 직원들이 거짓말쟁이로 몰리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객장에서는 『악몽같은 13일의 금요일이다』 『주식투자자만 왜 손해를 보아야 하냐』는 비명과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러면 실명제는 과연 증권시장에 극약인가. 또 붕락사태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일시적인 동요라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일부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붕락사태의 핵심은 가명 또는 차명계좌다. 최소한 당분간은 증권시장이 이들 가·차명계좌 동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차명계좌는 거래자가 「나는 누구다」고 자신의 정체를 정확히 알리고 개설하는 실명계좌와는 달리 거래자의 이름을 숨기고 만든 계좌. 이들 계좌에 입금되어 있는 자금은 얼굴을 좀체로 드러내기 싫어하는 은폐성 자금인데다 실명제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실명제를 가장 미워하는 자금이다. 문제는 투기성자금이 많이 몰리는 증권시장 특성상 증권시장내 가·차명 자금규모가 다른 금융권보다 유난히 크다는데 있다.
현재로서는 증권시장내의 가·차명계좌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가명계좌는 파악이 되지만 차명은 제3자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위장실명계좌」여서 추산만 가능하다. 주식시장의 경우 7월말 현재 가명계좌수는 2만6천99개. 전체활동 계좌(6개월동안 1회 이상 거래가 있었던 계좌) 2백60만1천여개의 1%다. 또 가명계좌 잔고는 9천2백53억원으로 전체 33조6천여억원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가명계좌의 평균잔고는 3천여만원으로 전체 평균잔고보다 2.8배가 많다. 이에 비해 차명계좌는 금액기준으로 최소한 10%가 넘는 것으로 증권계는 추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20% 이상을 주장할 만큼 가명계좌에 비해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차명계좌가 이처럼 많은 것은 실명으로 「가장」하고 있어 가명계좌에 비해 자금추적을 덜 받는 등 더 철저한 신분보장을 받을 수 있는데다 세제상의 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차명계좌는 가명계좌 9천여억원,차명계좌 9조원(12일 현재 주식시장 시가총액 92조원의10%) 이상을 합쳐 최소한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가·차명 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경우 「증권공황」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차명계좌의 실소유주는 크게 상장회사 대주주,증권가 「큰손」,공직자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가·차명계좌는 회사 실소유자인 상장회사 대주주들에게 ▲비자금 조달 ▲상속세 등 세금포탈 ▲경영권 안정적 확보 등 다양한 「혜택」을 보장하고 있어 대주주의 차명계좌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차명계좌의 매물화는 어느정도 불가피하다. 오히려 가·차명 매물의 투매를 억제하는 한편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주력하면 파국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김경철기자>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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