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작용 최소화” 고단위 처방/정부 실명제 후속조치 내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작용 최소화” 고단위 처방/정부 실명제 후속조치 내용

입력
1993.08.14 00:00
0 0

◎금융경색 방지·투기차단 총력/폭발적 행정수요 소화 미지수13일 금융실명제 첫날을 맞아 증시폭락을 비롯,미리 예상된 부작용이 부각되자 정부는 금융경색 방지와 부동산투기 차단,주가 지지 등을 위해 도입가능한 「메가톤급」 후속조치를 총동원,긴급 대응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현금인출사태에 대비,한은의 긴급자금을 무제한 방출하고 향후 3개월간 사실상 전국토의 토지거래를 동결하는 전면적 허가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증시위축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도록 의무화한 「순매수 우위」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건설부 국세청 관계자 등 3천명으로 구성된 중앙투기단속반을 가동했다.

정상적인 경제여건이라면 그 하나하나가 모두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부를 「고단위처방」들이 한꺼번에 퍼부어진 셈이다. 실명제라는 경제혁명상황을 한시라도 빨리 정착시키는 것만이 정부의 지상목표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주요 중앙부처와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모두 나선다해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행정수요를 과연 제대로 뒷받침할지 관심거리다. 12일 하오 실명제 전격실시 발표직후 전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밤을 꼬박 새며 보완작업을 벌였으나 당초 방침과 달리 이날 하오 1시간 가량이나 은행전산망이 정상 가동되지 않아 일대 혼선을 빚었다.

아무리 강력한 정책수단이 제시된들 집행 당사자들이 이를 무리없이 처리할 능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따라서 무엇보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깨끗한 「실명」들이 소수 얼굴없는 「검은 돈」의 동요나 교란에 덩달아 부화뇌동않고 과도적 충격과 진통을 이겨내는 것만이 실명제 혁명을 무사히 정착시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부문별 후속조치는 크게 봐서 ▲금융시장 안정 ▲부동산투기 억제 ▲증시붕락 방지 등 세가지 압축된다.

먼저 상당한 자금경색이 예상되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는 은행자금이 경색될 경우 한은이 긴급 지원자금을 무제한 방출키로 했다. 가명계좌의 경우 일단 실명확인절차가 없으면 예금지급이 원천봉쇄되므로 일단 가명자금 유출은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남의 이름을 빌린 차명계좌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직접 실명확인절차를 통해 돈을 찾겠다고 나선다면 이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

여기에다 만약 다수의 실명계좌 소유자들이 실명제 도입후 우리 경제의 장래에 불안을 느껴 너도나도 현찰 찾아두기 대열에 뛰어들 경우 집단 예금인출 사태로 번져 생각조차 두려운 「금융공황」 상황이 현실로 닥칠지 모른다.

한은이 은행뿐 아니라 투신 단자 증권 신용금고 등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은행차입금 상황연장 단기자금 지원 등 다각적인 완충장치를 마련한 것은 일시적 혼란이 파국으로까지 확대되는 사태를 막자는 취지다.

부동산투기 차단을 위한 시책도 실로 엄청나다.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을 제외한 전국토에 대해 3개월간 한시적으로 토지거래 허가제를 전면 실시한다는 것이다. 실명제가 두려워 금융기관을 빠져나간 돈은 실물자산인 부동산에 몰려 투기열풍을 일으킬게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거래 허가제의 전면실시는 아예 실명제가 정착될 때까지 거의 모든 토지거래를 동결하겠다는 조치나 다름없다. 또 토지거래 허가제의 사후 심사를 강화,거래내역과 가격을 국세청에 전산입력시켜 자금출처를 추적하고 3천명의 합동투기단속반을 가동하며 석달동안 전국의 토지거래상황과 가격동향을 날마다 점검하기로 했다. 과거처럼 자치단체 공무원들과 적당히 짜고 눈가림식으로 거래허가를 받는 식의 투기사례를 끝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증시는 실명제 파급영향이 가장 직접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 부문. 정부는 증권사들에 대한 자금지원과 함께 기관투자가들의 순매수 우위원칙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주가나 거래대금,고객예탁금 등의 동향을 수시로 파악,필요할 경우 기관매수 규모를 대폭 확대해 증시붕락을 막는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

이밖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자금압박을 덜기 위해 우선 3천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자금 도피에 대비,국세청 해외주재관들에게 외화반출 정보수집에 착수토록 긴급 훈령을 보냈다.<유석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