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팀 “해외출장” 위장 합숙정부가 실명제 실시를 위해 본격 준비작업에 들어간뒤 막판까지도 「실명제 전격실시」를 알고 있던 사람은 김영삼대통령을 포함,17명에 불과했다.
상층부의 논의는 김 대통령을 핵으로 이경식부총리 홍재형 재무부장관 등 3인 사이에서만 은밀하게 추진됐고 수시 독대를 통해 1개월전인 7월 중순 긴급명령방식의 시행이 결정됐다. 이 때문에 박관용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재윤 청와대 경제수석외에는 청와대 비서관들로 발표직전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13일 아침 수석비서관들과 조찬을 나누며 『수석들에게조차 알려주지 않은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경제혼란을 우려해 보안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김 대통령은 또 실무작업팀이 끝까지 보안을 지켜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는데 실무팀들로부터 「보안이 새나가면 구속을 각오한다」는 다짐까지 받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작업지시를 한 것은 지난 3월19일. 취임 3주가 지난 이날 김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는 반드시 실시한다』는 대목이 들어있는 특별담화문을 발표한뒤 박 경제수석을 불러 극비리에 작업착수를 지시. 이 때부터 이 부총리와 홍 재무장관 등과 상의해 작업을 진행했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에는 별도의 특별작업반이 구성돼 극비리에 「국제투자연구원 작전」을 폈다. 혹시나 미리 누출될까봐 사무실이 아닌 안가를 빌려 작업을 하면서 국제투자연구원 사무국이라는 위장간판을 겉으로 내걸었던 것이다.
작전 참가자는 모두 14명. 업무를 전반적으로 맡은 재무부가 7명으로 김용진 세제실장 김진표 세제2심의관 임지순 소득세과장 백운찬 세제실 사무관 등 4명은 원래부터 「실명제 4인방」이었고 진동수 해외투자과장 최규연 경제협력국 사무관 임동빈 관세국 사무관 등 3명은 지난 88년의 실명제 기획단에서 총괄과장 등으로 활약,이번에도 실력을 발휘했다.
이밖에 부총리를 자문한 KDI박사 3명,국세청의 PC요원 2명,은행 직원과 법제처 직원이 각각 1명씩이었다.
작업사실이 사무실에도 알려지지 않도록 안가에 상주하는 재무부 직원 3명은 아예 미국 독일 일본 등지로 지난달 28일부터 해외출장을 떠난 것으로 위장,출장명령서를 정식으로 끊었다. 이들은 작업중에 안부전화를 해 집에서도 해외출장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 직원들 본인도 안가에 도착하기전까지는 실제 해외출장인 줄 알 정도였다.
안가는 과천 5단지의 45평형 아파트 505동 304호와 강남 휘문고앞 3층짜리 건물의 2층 사무실. 아파트엔 주로 재무부팀이,사무실에 주로 기획원 자문을 해준 KDI팀이 머물렀다.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에게 의심받지 않도록 1개월간 논문작성 작업을 하는 것으로 둘러쳤다. 이들은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아파트 밖을 내다보지도 말라』는 지시를 받을 정도로 폐쇄적인 생활을 했다.
작업반은 시행시기는 전혀 모른채 작업에 열중했다. 그러나 시행방법이 긴급명령 형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대략 늦어도 8월말까지는 시행하리라는 것을 짐작했다. 왜냐하면 긴급명령은 국회가 소집돼있는 동안엔 발효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정기국회 소집전이라는 추론이 가능했던 것이다.<최규식·홍선근기자>최규식·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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