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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시장 존폐위기/8·12조치후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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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시장 존폐위기/8·12조치후 표정

입력
199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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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명계좌 이용 뒷골목의 「큰손」들/“지하경제 끝장 아니냐” 불안감 역력금융실명제 실시로 지하경제의 축인 사채시장이 존폐위기에 처했다.

서울 명동·소공동·종로3가·신사동 사거리 등 이른바 「사채골목」의 사채업자들은 3일 『실명제 실시로 지하경제는 끝장나는게 아니냐』며 위기의식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곤란을 겪던 차에 이젠 아예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채업자들은 수십년간 우리나라 기업의 「돈줄」역할을 할 정도로 막대한 자금공급능력을 자랑하며 우리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사채업자들과 지하경제의 「큰손」들은 기업어음 할인 등을 통해 「지하경제권」을 형성해온 것은 물론 제도권 금융기관 등 「지상경제」에서도 주요고객으로 대접받았다. 이들은 수십억·수백억단위의 큰돈을 운용하면서 검은 돈의 안전한 보관과 세탁을 위해 금융기관의 가명·차명계좌를 이용해왔다.

이에 따라 「돈의 과거를 묻겠다」는 금융실명제는 사채업자 등 지하경제 큰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검은 돈을 움직이는 사채업자들로서는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명제 실시 이전에도 사채시장은 사정한파와 2차례 공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자금사정 호전 등으로 3∼4개월전부터 심각한 불경기를 겪어왔었다.

지난해말까지도 사채중개업소 3백개가 성업하던 명동의 경우 이미 80여개소가 문을 닫았다. 나머지도 개점 휴업상태를 면하지 못했었다. 이중 상당수는 심부름센터·보험대리점 등으로 전업을 서두르는 가운데 사무실 임대료와 매매가격도 절반으로 떨어진채 매물만 쏟아져 나와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실명제 실시는 울고 싶은 사람의 뺨을 친 격』이라고 한 사채업자는 비유했다.

지하경제 큰손들은 정부가 허용한 두달간의 실명전환 유예기간동안 「정체를 드러내고 돈을 찾느냐,아니면 가명으로 예금한 돈을 포기하느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조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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