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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얼마나 빠질까” 술렁/실명제 첫날… 금융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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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얼마나 빠질까” 술렁/실명제 첫날… 금융가 표정

입력
199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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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들 “안절부절”… 채권도 “팔자” 일색/사채시장 마비상태… 중소기업 큰 타격금융실명제 실시 첫날인 13일 금융시장은 주가가 대량 투매사태로 대폭락하고 은행 전산망이 일시 전산장애를 일으켜 한시간 가까이 입출금이 전면 중단되는 등 일대 혼란에 빠져들었다.

중소기업들의 단기급전 조달창구인 사채시장이 마비됨에 따라 일부 중소기업은 만기도래한 어음할인을 하지 못해 부도를 내기도 했으며 이같은 부도사태는 당분간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채권시장은 팔자 물량만 나오고 사자 세력들은 관망세를 보여 거의 시세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검은 돈의 은닉처로 알려진 CD(양도성 예금증서) 등 무기명 채권은 매물이 쏟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려했던 예금의 대량인출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은행들은 이날 하오 2시에 일제히 문을 열었으나 전 은행의 금융전산망 작동중단으로 한시간 가까이 입출금이 안돼 고객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은행들은 철야로 실명확인,자동지급기 한도조절 등 전산프로그램 개편작업을 벌였으나 개편작업이 늦어진데다 일부는 개편과정에서 장애를 일으켜 개점을 하고도 은행거래는 중단해야 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하오 2시30분부터 3시 사이에 전산망을 복구,입출금을 개시했으나 일부 은행은 4시가 넘도록 복구가 지연돼 거래가 전면 중단되거나 입금만 받고 출금은 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같은 거래중단속에 은행 각 점포에서는 실명확인 절차,현금 인출방법 등을 둘러싸고 은행원과 고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한국은행은 사채시장이 마비조짐을 보여 일부 중소기업의 부도가 발생하자 우선 3천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은행을 통해 방출하기 시작했다.

한은은 특히 지방 중소기업의 연쇄 부도가 예상됨에 따라 지방기업에 대해서는 연 8.5%의 저리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이와함께 시중자금 사정과 중소기업 부도율,금융기관별 예금 대출규모와 시장금리의 변동상황을 매일 점검해 필요할 경우에는 은행이 갖고 있는 국공채를 한은에서 사주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거나 통안증권의 현금상환 등을 통해 은행에 긴급 지원키로 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기관 부행장급을 구성원으로 하는 금융시장 안정 비상대책반의 1차 회의를 소집해 이같은 시장 안정대책을 통보했다.

○…주가가 대폭락하자 증권사 객장은 여지저기서 터져나오는 한숨소리로 어수선한 모습. 투자자들은 이날 시장이 하오 2시10분 개장되는데도 상오장부터 객장을 찾아와 삼삼오오 모여 있다가 하오 2시20분께 전광판에 개장초 종합주가지수가 22.79포인트 하락했다는 자막이 떠오르자 망연자실.

이들은 『어느 정도 하락은 예상했어도 개장지수가 20포인트 이상 빠진 것은 지나치다. 「13일의 금요일」이 따로 없다. 왜 주식투자자만 손해를 보아야 하느냐』며 푸념하면서도 『언제쯤 반등할 것 같냐』 『바닥점이 어디냐』고 하며 주식시장에 대한 희망은 포기하지 않는 모습.

그러나 붕락사태속에서도 『증시는 실명제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대변하는 지표다. 설마 정부가 주가 대폭락을 방치하겠느냐. 재무부에서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팽배하기도.

반면 큰손들이 많이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각 증권사 본점의 영업부에는 투자자들이 평소보다 적어 눈길을 끌었는데 증권사 직원들은 『큰손들이 당분간 「휴가」를 떠났다. 눈치빠른 사람들은 역시 다르다』고 한마디씩.

한편 실명확인 절차상 투자자와 직원간의 마찰 등 당초 우려하던 창구사고는 별로 없었으나 일부 증권사 지점의 경우 예탁금 인출이 증가하기도.

금융실명제 실시 첫날인 사채시장은 전주들이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거래가 일절 중단되고 금리도 형성되지 않는 등 마비상태에 빠졌다.

서울 명동의 사채시장은 이날 사채 중개업자들이 대부분 출근조차 하지 않고 사무소를 닫아 놓거나 전화받는 사람만 나와 문의에 응하는 등 사실상 철시 상태에 들어감으로써 당초 예상했던대로 금융실명제 실시에 즉각적이고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전주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채 자금을 즉각 빼내는 것과 잠시 관망하는 것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놓고 눈치를 보고 있으며 서로 정보를 탐색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와함께 전날까지만해도 37∼38%의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던 20년짜리 제2종 국민주택 채권을 비롯,각종 채권의 시세가 형성되지 않아 미처 물건을 처분하지 못한 일부 전주들이 안절부절 못하는 등 채권시장도 일시 정지기에 빠진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상공자원부는 금융실명제의 파급효과가 결국 중소기업은 물론 수출과 산업 전반에 미칠 것으로 보고 발표직후 김철수장관 주재로 서울시내에서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분주한 움직임.

상공자원부 관계자들은 『특히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된 상태에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는 만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자금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대책마련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하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이 부분에 대한 면밀한 영향분석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감독원은 은행 단자 신용금고와 농·수·축협 등 각 금융기관 창구에 직원을 파견,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르는 동태파악에 들어갔다.

은행감독원은 이를 위해 이미 서울과 지방의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검사를 진행중이던 요원들을 포함,검사국 직원들을 대거 동원해 창구현장에서 실제로 실명제가 시행되는 상황을 점검하곤 했다.

감독원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문의에 대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응방법과 태도 등을 분석한후 문제점이 드러날 때에는 즉각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추후 정기 또는 수시검사를 통해 시정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금융실명제 실시의 뒤처리를 맡은 국세청은 이날 아침부터 구체적인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 특히 자금추적조사,부동산투기 방지 등 실시 초기에 예상되는 부작용 대처방안을 담당한 재산세국은 실무자 회의를 잇달아 개최.

국세청은 이날 차장을 반장으로 하는 금융실명제 대책반을 구성했는데 본청의 국장급 8명이 운영위원으로 참가,실명제 추진을 위한 자체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무부에 건의할 방침.

국세청측은 부동산투기 등의 방지안에 대해 한마디로 『동타(움직이는 것을 먼저 친다)가 아니겠느냐』고 밝히기도.<이백규·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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