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 세경감 효과 기대/불황속 충격요법 진통 따를듯12일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된 배경은 무엇보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국민 모두의 희망을 구현하되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오직 최고통치권자의 결단에 따른 전격 실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관측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아직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만큼 부실해진 우리 경제가 금융혼란과 기업활동 위축 등 과도적 진통을 무난히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실명제 실시를 미리 예고할 경우 즉각 금융시장의 대대적인 교란과 증시위축 부동산투기,자금의 해외도피 등 엄청난 부작용이 불가피해진다.
실명제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산등록제나 마찬가지다. 은행을 비롯한 모든 금융기관의 거래나 어음 회사채 등 채권매입에 이르기까지 실명이 확인돼야만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이제 실명제가 실시되면 세무당국을 비롯한 정부는 필요할 경우 온국민의 재산상태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실명제는 경제에 있어 거의 혁명에 맞먹는 충격적 조치인 것이다. 지금까지 지하에 잠복해있던 「검은 돈」들은 앞으로 실명화라는 공개적인 세탁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실명제 실시를 앞두고 금융기관에서 빠져나간 돈들은 토지나 귀금속 골동품 등 실물자산으로 몰려 투기의 광란을 부르게 될 것이다. 또 노출되기를 꺼리는 검은 돈들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자금출처를 따지지않는 해외로 탈출하려 할 것이다.
지난 82년과 91년 두차례나 정치권 등 소위 「가진 자」들이 일제히 반발해 실명제가 좌절됐던 전례에서도 잘 나타나듯 실명제를 예고한다는 것은 실명제를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진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실명제는 지금까지 대다수 국민들에게 경제정의 실현을 위해 거의 유일한 제도처럼 인식돼 왔다. 이날 김영삼대통령이 담화문에서 강조한 것처럼 실명제없이는 부정부패나 정경간의 검은 유착을 원천적으로 단절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 실명제 실시이후 국민총생산(GNP)의 20∼30%에 육박하는 지하경제 자금에 대해 적정한 세금부과가 이루어질 경우 대부분 봉급생활자들은 상대적으로 조세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실명제가 진정한 분배정의를 뒷받침하는 제도로 여겨져 온 이유가 바로 이런 파급영향 때문이다.
이날 하오 8시를 기해 실명제가 전면 실시됨으로써 당장 오늘 하오부터 모든 금융기관에선 실명 확인이 없이는 예금인출이 전면 금지된다.
적어도 가명계좌에서의 자금인출 사태 등 금융교란현상은 이 조치로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전격실시라하더라도 실명제 실시에 따른 경제충격은 상당히 광범위할 전망이다. 먼저 아직 불황의 바닥을 완전히 벗지 못한 우리 경제여건상 혁명적 제도개혁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기업활동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는 상당기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아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여온 증시는 당분간 활황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신경제 계획에 맞춰 토지규제 완화조치가 계속된 가운데 통화공급 확대로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도 부동산 투기의 촉발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적법한 회계절차없이 운영돼온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금융질서 교란에 따라 단기자금난을 견뎌내야 한다.
실명제가 자칫 경제활동 전체를 일대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극약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예측키 어려운 파급영향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제와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 과감히 전격실시한 실명제이므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노력과 각 경제주체의 고통분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국민들의 바람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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