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의 전쟁」의 승전보를 보는 것 같다. 고위공직자들의 「자율적인」 재산공개가 몰고온 숱한 잡음과 물의,역기능의 반사적 대응을 흔들림없이 물리치고,공직자의 재산등록과 공개를 법과 제도로 정착시킨 결실은 김영삼대통령의 치적 1호가 되기에 손색이 없을듯하다.공직자의 부정과 부패를 법과 제도로 차단시키려는 조치가 김영삼 문민정부에 들어와서 겨우 열매를 맺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은 너무나 때늦은 것이다.
건국 45년의 민주공화정 속에서 그많은 정권들은 어찌하여 공직의 부정과 부패를 외면한채 국민들의 부정과 부패만을 다스리려 했을까. 그리고서도 국가기강이 서기를 바랐으니 나라꼴이 제대로 될리가 있었겠는가.
세계에서 제대로 된 나라치고 공직자의 부패를 다스리는데 성공하지 못한 나라는 없다. 영국은 1백년도 훨씬 전인 1889년에 이미 공무원 부패행위방지법을 제정,공직을 이용한 부정과 비리를 없애는데 성공했다.
미국은 고위공직자가 상원의 인준을 거쳐 공직에 부임하면 30일 이내에 연방윤리국에 제산을 등록하고 해마다 재산변동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퇴임후에도 30일 이내에 재산내역을 신고토록해 공직에 있으면서 재산을 늘렸는지 여부를 추적하는 제도적 장치를 완벽하게 해놓고 있다.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 총리는 59년 집권하자마자 부패방지법을 제정,공직사회의 부패를 차단했으며 3차례의 법개정을 통해 뇌물을 받을 의지만 엿보여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 깨끗한 사회를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대만은 더욱 무섭다. 공무원의 부정에 대해서는 최저 5년,최고 사형까지의 지엄한 처벌로 다스리고 있다. 이들 선진국들에서 보듯이 국가의 기강이 서서 나라가 잘 되려면 공직자가 부정하지 말고 부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공직자도 사람이다. 모두가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견물생심할 수 있고 유혹의 손길은 어디서나 뻗치게 마련인게 인간들이 모여사는 사회다. 김영삼정부가 건국후 처음으로 제대로된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해 실시했고,그에 따라 2만5천여 공직자들이 재산을 등록했으며,이중 1천1백 고위직의 재산내역이 국민앞에 공개된다해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곧 바로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정부 윤리위원회를 비롯한 각급 윤리위원회가 공개후의 실사를 철저히 해 부정하게 모은 재산과 축소은폐한 재산을 가려내,더 이상 공직을 통해 축재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한후에도 공직자윤리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여러가지 후속조치가 뒤따라줘야 한다.
미국처럼 일정수준 이상의 공직에 임명될 사람에 대해서는 인준청문회 제도를 국회내에 설치해 재산형성 과정을 비롯한 모든 전력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선거를 비롯한 각급 선거법도 개정해서 금전살포를 차단하고 선거자금 모금의 출처와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공직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현금이동을 알 수 있게 하는 금융실명제와 귀금속·골동품 등의 거래도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영수증거래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이러한 후속조치가 입법화돼서 제도적으로 정착돼야만 공직자의 재산등록과 공개가 부정과 고리를 완전하게 차단될 수 있게 된다.
지금의 재산등록과 공개는 그런 차원에서 보면 공직의 청쟁화란 이정표를 마련한 것에 불과하다. 그 이정표를 공직에서는 물론이고 이 사회 전반에 걸쳐 굳건하고 드높게 세우는 일은 김 대통령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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