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다섯분의 유해가 중국 상해에서 돌아와 국립묘지에 안장되고,김영삼대통령이 일제때 조선총독부 청사였던 현 중앙박물관과 총독관저이던 청와대 구관을 헐어버리라고 지시한후,이 나리에는 갑자기 「민족정기」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며칠사이 장안의 화제는 온통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에 쏠렸다. 일제가 풍수지리적으로 조선의 맥을 끊기 위해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 앞마당에 총독부 건물을 세웠다는 기분나쁜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사람들은 총독부 건물을 헐어버린다는 소식에 우선 시원함을 느끼고 있다.그러나 「속시원한 철거」에 따른 문제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주 논쟁을 벌인다. 수천억원이 들더라도 당장 헐어버려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지금 경제가 매우 나쁜데 수천억원이 있으면 다른 시급한 일에 쓰고 철거를 미뤄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새 박물관을 먼저 짓고 소장품을 옮긴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그 건물 역시 역사의 일부이니 그 자리에 세워두고 민족적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는 교훈으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총독부 건물 철거문제는 오랫동안 찬반양론이 있었으나,여러차례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국민여론은 「철거지시」가 단연 우세했다. 역대정부가 국민여론을 잘 알면서도 철거를 단행하지 못했던 것은 철거비와 새박물관 신축비가 워낙 막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영삼대통령은 즉각 철거를 지시하는데 그치지 말고,그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왜 철거시기를 그토록 서둘러야 하는지,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새 박물관을 짓기전에 현재의 박물관부터 헐어버리고,박물관 소장품을 임시장소에 옮겼다가 새 박물관 완공후에 다시 옮기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위험한 행정위주의 발상이다. 임기중에 총독부 건물을 헐어버리고 새 기풍을 진작하고자 하는 김영삼대통령의 심중을 헤아려 문체부가 그런 무리한 계획에 반대하지 않는 것이라면,그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다. 적어도 문체부는 수십만명의 문화재를 두번이나 옮기는 작업의 엄청난 부담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89년 한 회사가 용역을 받아 산술했던 총독부 건물을 단순철거비는 1백억원,옮겨서 복원하는 비용은 1천4백억원이었는데 그동안의 물가상승을 참작하면 실제비용은 이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다. 새 박물관을 현재 규모의 3배 정도로 짓는 비용은 5천억내지 1조원으로 예상조차 힘든 실정이다.
이 막대한 돈도 문제지만,벼락치듯 철거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자세가 더 문제다. 해방후 48년이나 서있던 총독부건물을 해체하기로 한 김영삼대통령의 결단은 그 자체가 이미 의미를 갖는 것인데,철거시기에 매달려 무리를 불사할 이유가 없다. 백년대계를 백년대계답게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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