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대로 북한이 남측의 핵통제공동위의 재개 제의를 갖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한 것은 그들이 진심으로 남측과 대화를 할 의사가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제1의 관심사는 미국과의 회담을 최대한 연장하여 국제적인 핵사찰을 지연시키는 한편 대미관계 개선을 통한 실리추구에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미·북 회담서 약속했던 대화재개는 한낱 선전용으로서 계속적인 대화교착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식의 판에 박은 수법을 구사하고 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이번 북한이 대화재개 제의를 거부하는 방식과 이유를 보면 오늘날 그들의 진짜 속셈이 어디에 있는지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즉 핵사찰이나 개발중단에 관해서는 일언반구없이 남측이 내년에도 팀스피리트훈련을 계속하는 한편 곧 을지포커스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상대방을 우롱하는 처사이며,북의 핵사찰 관철을 위한 한·미·일 공조체제를 반민족행위라고 비난으로 일관하고 있음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강변아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특사교환안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 역시 대미 대남 선전용이 분명하다 하겠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북한이 공식적인 대화는 외면하면서 엉뚱하게 남한의 재야 및 진보적 단체들이 오는 8·15를 기해 추진하는 서울 범민족대회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면서 남한정부는 방해하지 말고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이다. 이는 동대회를 남한 당국이 「불법행사」로 규정,불허를 밝혔음에도 적극적 성원으로 부채질함으로써 남한의 당국과 재야가 통일론을 싸고 분열케 하려는 소위 통일전선 전략임을 두말할 여지가 없다.
올해로 4회째 되는 범민족대회란 무엇인가. 특히나 문민시대를 맞아 통일에 대해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의견과 방략이 제기되고 또 남북이 공감할 수 있는 실천방안 등이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금까지 3차에 걸쳐 8·15때 시도됐던 범민족대회는 연방제 통일안,외세배격,보안법 철폐,정치범 석방,군사력 감축 등 북한측의 일관된 주장을 거의 대변해오다시피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정부와의 정면충돌을 가급적 피하기 위해 미군철수 등 민감한 의제는 제외했다고 하나 소위 남북한과 해외의 범민련의 활동과 성향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는 것이다.
범민련이 탈이념적 자세에서 진정 순수하게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을 펼치려 한다면 북한의 개혁·개방,그리고 민주화부터 요구하고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제 북한은 더 이상 2중적인 대화전술,통일전선전략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뿐더러 또 그것이 먹혀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내외 상황이 급변했음을 알아야 한다. 공식적인 대화를 외면한채 김일성의 10대 강령을 선전하고 또 남에서 반정부와 국론분열을 부채질하기 위해 범민족대회를 성원하는 한 대미회담의 진전이 어려울뿐더러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정부도 핵문제에 단안이 기대되는 9월의 3단계 미·북한 회담때까지 회담재개를 서두르지 말고 계속 북의 동향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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