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불 신중론에 미 “발빼기” 선회/작전가능 주둔 공군력도 미흡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16개 회원국 군사령관 회의(8일) 및 나토주재 대사회의(9일)를 연달아 소집,보스니아 군사개입안을 집중 협의했다. 특히 군사령관 회의는 보스니아 사태를 촉발한 세르비아계의 야포진지와 지휘사령부,통신관계 시설 등을 공격목표로 적시하는 등 구체적인 공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가 실제 서방측 군사행동으로 연결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과 프랑스,영국을 중심으로한 나토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등 일부 나토 회원국은 우선 나토 공습이 세르비아계를 자극해 보스니아내 유엔군(UNPROFOR)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공습신중론」을 펴고 있다. 나토 회원국중에서 가장 많은 병력을 UNPROFOR의 일원으로 파견한 프랑스와 영국으로선 미국의 일방적 주도를 따를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나토가 보스니아의 유혈참극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면서 유럽동맹국들에 대세르비아 공습에 참여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유럽의 지원을 얻는데 실패했던 미국이 최근 또다시 보스니아 무력제재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클린턴 대통령의 실용 외교전략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보스니아 분쟁종식을 위한 내전 당사자들의 협상인 제네바 회담에서 약자인 보스니아계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이 보스니아 내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해 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보스니아 사태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상황판단을 하고 있다. 이미 보스니아 영토중 90%가 세르비아계와 크로아티아계의 수중에 떨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내전 당사자 3대 수뇌들이 지난달 30일 공화국 연합 형태인 국가창설에 원칙적인 합의를 봄으로써 미국측에선 더이상의 사태악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8월들어 보스니아에 대한 공습카드를 다시 꺼낸 것도 제네바 회담이 급진전을 이뤄 세부교섭 차원으로 넘어간 것과 때를 맞추고 있다.
이같은 미국측 계산은 회교계인 알리아 이제트베고비치 보스니아 대통령의 제네바 회담 탈퇴를 계기로 빗나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세르비아 무력응징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이를 자기편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이제트베고비치가 세르비아계의 사라예보시 공세를 이유로 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세르비아계에 대한 제한 폭격으로 보스니아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던 미국은 엉거주춤한 상태다. 『미국은 강경노선에서 급선회,유럽측의 무력제재 동참을 강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관망자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한 뉴욕 타임스지 8일 보도내용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은 이와함께 애초부터 세르비아계를 응징할 군사적인 대응태세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나토가 보스니아 사태에 대비,이탈리아 그리스 아드리아해 연안에 배치한 전폭기수는 80여대. 이 정도의 공군력으로는 세르비아계에 대한 효과적인 작전수행에 미흡하다는게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클린턴 행정부가 보스니아 사태 개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상 이번 서방측의 군사개입은 또다시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클린턴 대통령의 보스니아 정책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몰고올게 분명하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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