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엑스포가 개막 이틀째인 8일 물난리를 치렀다. 소동의 내막을 알고 보면 첨단과학기술의 전시장이 아니라,고질적인 「한국병」의 전시장이 된듯해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2년4개월이라는 짧은기간에 용케도 첨단과학기술의 유토피아를 꾸며놨다고 감탄했더니,역시 그 기적이 이틀만에 깨지고 말았다.이날의 소동은 시간당 30㎜를 넘는 폭우가 1백㎜ 이상 퍼부으면서 시작됐다. 로봇과 우주선과 첨단에너지를 자랑하는 판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내고,모래주머니를 쌓는 난센스가 벌어졌다.
벼락이 떨어져 정전되는 바람에 모노레일에 탄 승객 72명이 두시간이나 공중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배수가 안돼 흙탕물이 바다처럼 되고,몇몇 전시관의 영상장치가 가동되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엄청난 국가재원을 퍼부어 망신스런 물난리만 세계에 보여준 꼴이 됐다.
그 원인을 「한국병」으로 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지난달 11일 70㎜의 비에 남문 주차장과 국제관 주변에서 침수소동이 벌어졌었다. 그러니까 이번 물난리는 이미 한달전에 예고됐는데도 주최측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8월에서 10월까지는 집중호우가 아니면 태풍을 으레 예상해야 되는 계절이다. 그래서 전시장 옆을 흐르는 갑천의 하상을 낮추고,전시장터를 3.7m 높이는 한편 배수구 3개를 설치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물난리가 있었던 경험으로 봐 과연 설계대로 공사가 됐는지 의심스럽고,또 그 정도의 대책으로는 물난리를 막을 수 없었던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분명한 사실은 남들이 깜짝놀랄만한 단시일에 그럴싸한 박람회장을 꾸며놨음에도 불구하고,그것은 겉치레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왜 부실공사가 됐고,날림이 됐는지 그 원인을 가릴 때는 아닐 것이다.
다만 엄청난 돈을 퍼부어 세계에 내보인 망신이 한심하다. 그 망신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하나의 태풍이 바람과 비를 몰고 접근해오고 있다.
엑스포 당국은 정말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다시 벌어지기전에 시설을 점검하고,대책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지난 8일의 물난리는 하늘이 내린 사전경고라고 생각하는 몸가짐이 필요하다.
첨단과학기술이 정말 우리의 미래를 가져다줄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코앞에 쏟아질 물난리도 처리하지 못한다면,그것은 하나의 신기한 「쇼」로 끝날 것이다.
실속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졸속전시로는 우리의 미래를 건설할 수 없다. 그러한 「한국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대전엑스포는 성공작으로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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