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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송출 세계 1위국(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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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송출 세계 1위국(사설)

입력
199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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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아가 성장해서 모국의 핏줄을 찾는 사건은 가슴을 저밀듯 애달프다. 핏줄을 아예 모르거나 핏줄과 인연이 끊긴 아픔이 어떠함을 알만하다. 해외입양은 성공사례도 있지만 실패도 많다. 양부모의 불화와 천대 또는 사회의 차별과 냉대속에 버려지기가 일쑤다.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입양아 송출이 여전히 세계 으뜸이라는 망신과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끄럽기가 짝이 없는 세계 제1이다. 미국 이민국의 92년도 집계로,미국 가정에 입양된 세계 1백4개국 어린이 가운데 한국출신이 27.3%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범위를 좁혀 아시아지역 나라만 따지면 절반을 넘는다니 「세계 최고의 입양아 송출국」이라는 낙인이 찍힐만하다.

「96년이후 해외입양 전면금지」조치가 발표되면서,송출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불명예를 벗어나기엔 아직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까지 입양아 17만 가운데 74%나 되는 12만명이 국외로 보내졌다. 국내 입양이 약간은 늘어가나 아직도 꺼리는 경향이 심하다.

국내 입양이 더욱 어려운 까닭은 지나친 입양 비밀주의와 장애아 기피현상 때문이다. 엄격한 혈연의식 탓으로 남의 자식을 데려다 키우는 것을 탐탁하지 않게 여긴다. 예부터 입양아는 천덕꾸러기 노릇을 하기가 예사였다. 이러한 고루한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입양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핏줄과 무관한 남의 소생이라도 생명의 존엄을 위해 보살피고 키우는 일을 즐거움과 보람으로 알아야 입양의 문이 넓게 열린다.

출산과 동시에 입양순서를 밟는 영아는 흔히 미혼모에게서 생긴다. 놀랍게도 미혼모가 가운데엔 10대의 비중이 높다. 이들의 대부분이 성지식과 성도덕이 모자란다. 우연히 갑작스레 닥친 일에 도움을 요청할데가 막막하다. 임신중절이 아니면 낳자마자 버릴 궁리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는 강박감에 쫓긴다. 입양기관이 그들을 잠시 보호해주지만 근본대책이 아쉽다.

해외입양이 금지되는 96년까지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버려둘 일이 아니다. 송출중단 이후를 대비함도 중요하거니와 지금부터라도 되도록 해외입양을 억제하고 우리 자식들을 우리가 키우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미혼모 보호시설을 늘리고 적극적인 생계 보호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회가 버리면 핏줄마저 버리게 된다.

어린이는 가정의 품에 있어야 정상으로 자란다. 결손가정에서 문제아가 생겨나는 법이다. 꼭 여유있는 가정에만 입양을 의탁할 필요는 없다. 부모가 없는 핏덩어리를 내 핏줄처럼 키우는 것은 숭고한 사랑이다. 낳은 자식이나 키운 자식이나 대견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치스런 세계 제1을 되도록 빨리 청산하기 위해 생명의 가치를 스스로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부터 깨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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