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환자에 부담전가” 비난/기부금 명목 재단전입… 합법화/검경 「뇌물」 입증·개인유용에 수사 초점유명 대학병원과 제약회사간의 의약품 납품비리에 대한 검·경의 보강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경찰에 입건된 병원장 등 36명의 사법처리가 관심거리다.
경찰은 지난 5일 주요 대학병원들이 제약회사로부터 의약품을 납품받으면서 기부금 명목으로 3백6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제약회사들이 자사제품을 사용해달라며 판촉비 형식으로 향응 골프접대 세미나비 등 20억9천여만원을 병원측에 제공해왔고 의료보험공단으로부터 과다청구 판정을 받아 삭감당한 보험금까지 보전해준 것도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제약회사와 병원간의 금품수수는 약품납품 대가로 이뤄진 만큼 무상공여를 원칙으로 하는 기부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관련자 전원을 배임수·증재혐의로 입건했다.
실제로 일반 소비자단체 등에서도 병원측이 받은 사례비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므로 재발방지를 위해선 엄중한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행법상 이번에 적발된 납품비리 관련자들을 처벌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형법 제357조(배임수·증재)에 의하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병원측이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사례비를 기부금 명목으로 재단회계에 전입한 경우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광운대 입시부정 사건에서도 이 학교 조하희 교무처장(53) 등이 부정입학의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1억원씩을 받았으나 받은 돈이 기부금형식이었으며 모두 재단에 넘긴 것으로 드러나 배임수재죄가 적용되지 않았었다.
더욱이 90년 2월 보사부가 제정한 병원 회계지침 9조는 「법인 또는 병원이 기부금 장학금 연구비 등 명목으로 받은 수익은 기부금 수입으로 회계장부에 계상한후 사용한다」고 규정,기부금을 합법화시켜 경찰에 적발된 제약업체들은 사법처리에 반발하고 있다.
결국 현재까지 경찰 조사결과 제약회사로부터 사례비를 받아 착복한 것으로 드러난 의사 3명과 서류를 위조해 회사돈을 인출,의사들을 접대한 제약회사 직원 등만 사법처리가 가능한 상태다.
검경은 그러나 병원과 제약회사간의 사례비 수수행위가 기부금으로 가장된 「뇌물」성격이 강한 만큼 철저한 보완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20억여원에 이르는 판촉비의 대부분이 의사 등에 의해 유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판촉비의 사용처 및 전달경위를 집중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경은 이와함께 병원 관계자들이 재단에 전입된 기부금을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도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검경이 의약품 납품비리사건 관련자의 사법처리를 놓고 고심하는데는 국민들의 법감정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국민의 대다수는 병원과 제약회사간에 관행화된 사례비가 결국 환자들에게 전가된다며 사례비 수수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