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심리 자극→상승 악순환/76∼81년 회사채 수익 30% 폭등/82년이후 고물가 잡자 안정세금리를 안정시키려면 돈을 풀기에 앞서 먼저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치솟는 금리를 묶어두기 위해 통화를 늘릴 경우 단기적으로 자금시장은 안정시킬 수 있지만 물가와 인플레 심리를 자극시켜 장기적으로는 금리를 폭등케 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8일 산업은행은 지난 18년간 우리나라의 통화량과 물가,금리변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자금시장의 실세금리변동은 소비자물가의 등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자금수요를 웃도는 통화량의 공급은 일시적 금리안정 효과에도 불구,장기적으로는 금리상승을 더욱 촉발시켰다고 발표했다.
산은 조사에 따르면 지난 75년이후 작년까지 대표적인 실세금리지표인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82년을 분기점으로 전반기의 「고물가 고금리」와 후반기의 「저물가 저금리」시대로 구분된다. 두차례의 석유파동과 정치불안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 15∼30%에 달했던 지난 76년부터 81년까지 회사채 유통수익률도 20∼30%를 오가며 고금리 행진을 계속했다. 10·26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사회 불안과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물가가 무려 28.8%까지 뛰어올랐던 80년 실세금리도 사상 최고치인 30%를 넘어섰다.
반면 82년이후부터는 정부의 초긴축정책으로 물가가 한자리수에 머물면서 실세금리도 12∼14% 안팎의 안정세가 유지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상 최저수준인 2.3%와 2.4%의 물가상승률을 나타냈던 84∼85년 시중금리 역시 최저치인 10.7%와 11.8%에 그쳤다. 한편 지난 90년 연평균 18%대의 고금리현상이 재현된 것도 88올림픽이후 과열경기와 부동산투기 바람으로 물가상승률이 연 10%로 치솟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금리가 뛰어오를 때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정책수단은 통화량 확대다. 그러나 이번 분석결과,시중통화량이 늘 경우 물가상승을 통해 금리급등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총통화증가율이 25∼40%에 달했던 75∼82년 20% 이상의 고금리 행진이 거듭됐으며 이후 평균 18%의 적정통화 국면에서는 실세금리도 12∼14%의 안정세를 보였다.
이같은 18년간의 국내 금리동향을 놓고 볼때 최근 시장금리의 이상급등을 해소키 위해 통화당국이 신축적 통화관리 방침을 정한 것은 자칫 물가불안과 금리추가상승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신경제 1백일 계획에 따른 경기부양 차원에서 한국은행은 올들어서만도 전년대비 1조2천억원이 늘어난 7조6천억원의 돈을 푼데다 최근 실세금리가 1·26 금리인하조치 이전수준으로 되돌아가자 8월에도 당초 통화억제 목표선인 13∼17%를 웃도는 18.8∼18.9% 선에서 통화공급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이같은 응급처방에 따라 시장금리가 일시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돈을 늘리는 방식에 의한 금리관리는 결국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만을 위협시켜 장기적으로는 생산활동 강화와 경제안정에 필수요건인 「저물가 저금리」를 모두 놓쳐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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