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적게 쓰는 정치문화」 창출 노력/시계 선물파현장방문 행동파등 백태/의원유권자 성숙한 자세 정착 “시험기”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관리모습이 달라졌다. 의원들의 씀씀이가 적어졌고 「성의」 표시의 방법도 변화됐다.
이런 모든 양상은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화환증여·금전기부금지 등을 포함한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비롯됐다.
윤리규범 개정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부분은 의원들의 지역구 경·조사 관리양태이다. 과거에는 화환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의원들에게는 쉽게 생색을 내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고 받는 사람들에게는 「의원님」의 위세를 과시하는 효과를 주었기 때문이다.
개정안 통과로 화한이 들어설 수 없는 자리를 메우기 위해 의원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체물품의 개발로 놋쇠향로,향초세트,축전조전,앨범,시계,조화,커피세트,조기 등.
이만섭 국회의장,김종필대표 황명수 사무총장 등 민자당 당직자,이기택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수뇌부는 국가의 공식행사나 당의 공식행사를 제외하고는 이제 축전과 조전만 보내고 있다. 이 의장,황 총장 등은 소탈한 성격답게 당사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인사를 전하는 경우도 많다.
정석모 이한동 이승윤 김중위 박희태 김홍길(민자),김덕주 김태식 김병오의원(민주) 등은 조사에는 향초세트(1만5천원 상당),경사에는 앨범이나 시계 등을 미리 대량으로 준비해놓고 보내고 있다. 정 의원은 결혼식에는 커피세트를 선물한다.
야당 의원들중에는 조기를 주는 사람들도 많다. 이영권의원은 부인이 직접 천을 떠다 만든 조기를 보내고 있고 김원웅 이석현의원 등도 「조기애용파」.
물품보다는 돈으로 대신 성의를 표시하기도 한다. 화한 1개 평균값이 5만원인데 비해 축의금,조의금 등은 평균 3만원대여서 이 방법 역시 의원들의 재정상태 호전에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윤환(민자) 한광옥 손세일의원(민주) 등이 예.
애경사 장소를 직접 찾아다니며 몸으로 때우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늘어났다. 돈이 많기로 소문난 의원들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로,돈이 많지 않은 의원들은 또 각자 사정에 의해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민자당의 김진재의원은 전자에 예에 속하고 민주당의 이협의원은 후자의 경우.
이처럼 화환기부 등이 금지되면서 의원들은 몇가지 부수효과를 얻고 있다.
우선 두드러진 점이 비용의 절감. 국회의장실의 경우 이전에 월 2백∼3백만원이었던 화환비용이 이제는 수십만원대로 낮아졌다. 민자당이 당차원에서 결재했던 화환값도 월 1천여만원에서 1백∼2백만원대로 대폭 축소됐다.
이와함께 정치문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원들이나 지역구민 모두가 실감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부수효과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지역구의 원외 정치지망생들이 여전히 선심공세를 펴고 있는 점이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다. 또 일부 유권자들은 『우리에게는 화한을 꼭 보내달라』 『다른 사람들은 다 보내는데 국회의원이나 되면서 화한 하나 못 보내느냐』는 등의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해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와관련,한 의원은 『유권자의 요구에 견디다 못해 이름을 감추고 단순히 「조의」라는 글자만 씌어진 화환을 보낸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쨌든 이제 시험기에 들어선 「돈 적게 쓰는 정치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실시단계 초반부터 의원들의 굳은 결의와 유권자들의 성숙한 자세가 모두 절실하다는 지적이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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