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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과거사 합리적 노선 펼듯/일 연정 「대한반도정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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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과거사 합리적 노선 펼듯/일 연정 「대한반도정책」 전망

입력
199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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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방” 역조는 민간문제화/역사 과오 인정하며 대국론도호소카와(세천호희·55) 총리의 탄생으로 곧 출범할 일본 비자민 연립정권의 대한반도 정책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민당의 장기집권체제를 무너뜨린 정권교체의 주역들인 호소카와 총리와 하타(우전자) 신생당 당수,오자와(소택일랑) 신생당 대표간사 등이 모두 50대 나이로 이들의 정치성향은 지금까지 한반도 정책을 주도해온 노장 보수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연립정권의 배후인물인 오자와는 일본의 경제적 지위에 상응하는 국제적 역할을 강조하는 국가주의자이다.

그는 『군대도 있고 세계의 존경을 받는 국가가 되기 위해선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정치대국」 「군사대국」론을 펴고 있다. 그는 특히 『일본은 전전의 침략적 행위에 대해서는 반성과 속죄를 해야 하지만 그같은 절차가 끝나면 일본은 주변국의 눈치를 볼 것 없이 독자적인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호소카와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대외정책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그의 세계관은 『태평양전쟁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전후 일본의 출발점이고 경제발전도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의 사상배경에는 외조부인 고노에(근위문마) 전 총리가 45년 12월 A급 전범으로 법정출두 당일 음독자살한 「집안의 비극」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호소카와는 일본의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참여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오자와가 주창하고 있는 평화유지군(PKF)은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헌법 개정문제에 대해 『전쟁포기를 선언한 9조를 그대로 살려둔채 PKO 활동에 필요한 조문만을 추가하는게 바람직하다』면서 『개방된 헌법논의는 괜찮다』고 말했다.

호소카와는 일본의 장래에 관해 『나는 대국이란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얘기한다면 일본은 「정치대국」보다는 「생활대국」,「문화대국」으로 나가야 한다. 또 「군사대국」이 되지 않겠다는 강한 결의가 필요하다』며 방위비 삭감을 내세웠다.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문제에 대해서도 『우선 유엔의 민주화가 필요하며 상임이사국 가입은 최우선 과제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전쟁책임에 대해 하타 당수는 「국회결의안」 형식을 제안했지만 호소카와는 『국민을 대표하는 총리가 세계를 향해 과거 침략전쟁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방법으로 과거를 청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점으로 미루어 새정권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또 새정권의 수명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립정권은 이미 국내 정치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외교·안보정책은 자민당의 기존노선을 계승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새정권이 금년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에 퇴진하는 단명정권이 될 경우 대한반도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호소카와가 구상하듯 2∼3년간 유지되는 본격 정권이 된다면 한국은 대일 외교를 지금까지의 「막후교섭」에서 탈피,실무차원의 「정면접촉」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설사 새정권이 내년에 끝난다 하더라도 한국과 줄을 대고 있는 보수인맥들은 세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대일관계를 외교는 외교논리로,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가겠다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한편 대일 무역역조의 시정과 기술이전 등 한국이 일본에 해결을 요구해왔던 경제현안들은 새정권하에서는 정부차원에서 민간차원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 정권 역시 이들 문제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후세대들이 한반도에서 저지른 전죄 때문에 『한국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부가 간섭할 수 없는 처지여서 직접 해결은 못해 주더라도 측면지원은 하겠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일본의 전쟁 책임과 무관한 신진세력이 이끌어가는 연립정권은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한국을 일본이 상대하고 있는 1백 몇십개 교역국의 하나로 밖에 인식되지 않고 있다. 오자와가 한국 등과의 과거문제에 대해 사과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반일교육을 하는 한 진정한 우호는 없다』고 말한 점에서도 새정권의 대한관을 엿볼 수 있다.

다만 호소카와의 일본신당이 7월 발표한 「정책이념과 기본자세」에서 경제정책과 관련,『지금까지는 성장과 생산에 중점을 두어왔으나 앞으로는 개인의 생활과 소비자의 입장을 중시하겠다』고 밝혔으며 오자와도 「일본 개조계획」이란 책에서 자유무역원칙 고수와 과감한 시장개방을 주장하고 있어 일본이 무역장벽을 철폐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따라서 한국의 대일수출 기회도 넓어질 전망이지만 한국이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는한 일본시장은 여타 외국 상품에 점령당해 한국상품이 발붙일 여지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정계개편은 한국에 새로운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도쿄=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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