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도예가와 감격의 귀향전/성딴 중리등 고향찾기 “부푼꿈”/“작품에 한 담아… 이런 기회 올줄 몰랐다”【대전=문창재기자】 4백년만의 첫 만남이었다.
임진·정유왜란때 일본에 납치당한 조선 도공의 후예 여섯사람은 고국에서의 첫 해후가 너무 가슴 벅차 곧 울음이 터져나올듯한 표정들이었다.
대전엑스포 개회식인 6일 하오 6시. 회장안 문예전시관 「한국의 도자기 비교·귀향전」 전시장에서 일본 도예의 대명사들인 사쓰마야키(봉마소) 14대 심수관씨(67) 등 6명이 김정옥씨(52) 등 한국도예가들과 감격적으로 해후했다. 심씨 등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물론 처음이지만,선조들이 고국인 한국 땅에서 이 땅을 대표하는 도예가들과 같이 자리한 것도 처음이었다.
전시회 테이프커팅이 끝난뒤 회장에 모여든 사람은 심씨 이외에 일본 도자기의 개조라해도 도조로 추앙받는 이삼평의 12대손 가네가에 삼페에(김케강삼병위·73),가라쓰야키(당진소) 13대 나카사토 다로에몬(중리태랑위문·70) 다카도리야키(고취소) 12대 다카도리 하루산(고취팔산·64),하키야키(추소) 12대 사카 고라이자에몬(판고려좌위문·44),고다야키(고전소) 11대 아가노 사이스케씨(상야재조·71) 등 여섯사람. 한국측 출품작가 김정옥 민영기(46) 한익환(72) 한창문(69) 황선량씨(50) 등 5명과 이민섭 문화체육부장관 오명 대전엑스포조직위원장 정양모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문화계 인사들 2백여명이 전시회장을 가득 메웠다.
화려한 문양의 화병 등 작품 10점을 내놓은 심수관씨는 자신의 작품들을 설명하다가 이 문체부장관과 오 위원장의 방문을 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장관이 4백년만에 고국에서 갖는 귀향전의 소감을 묻자 심씨는 『선조들이 겪은 4백년 고난과 한이 담긴 작품들』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이런 기회가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몇해전 선조들의 뿌리찾기로 한번 다년간뒤 두번째 한국에 왔다는 사카씨는 자신의 이름에 「고려」란 이름이 붙어있음을 의식한듯 이번에는 꼭 선조의 출신지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 여행때 부산에서 진주사이의 옛 도요지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꼭 여기라고 할만한 곳을 찾지는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자신이 한국계임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나카사토씨도 같은 심정. 그는 『한국에 중리라는 지명이 많은 것으로 보아 그곳중 한곳이 선조의 고향일 것』이라면서 앞으로 중리라는 여러마을을 탐방,옛 가마와 자신의 가계작풍과 유사한 도편들을 찾아내고 싶다고 했다.
이들에 비하면 선조의 고향을 확실히 알고 있는 심씨와 가네가에씨,다카도리씨 등은 이번 여행에서 뿌리의 현장을 찾아보는 기쁨도 맛보게 된다.
가네가에씨는 9일쯤 선조 이삼평의 기념비가 있는 충남 공주군 반포면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카도리씨는 73년 어머니 다카도리 세이잔(고취정산)과의 모자전때 한국 일본의 도움으로 경북 고령군이 선조의 고향임을 확인했다면서 자신의 이름인 팔산은 선조의 출신마을 이름이라고 밝혔다.
개회식이 끝난뒤 유성의 한식집에서 열린 만찬때 심수관씨는 포도주병을 들고 연회석을 한바퀴 돌면서 한일 양쪽 도예가들에게 잔을 권하며 기쁨을 나누었다. 그는 오는 10일 청와대로 김영삼대통령을 예방하고 싶다는 희망이 실현될 것 같다는 소식에 더욱 감격,눈시울을 붉히며 몇번이고 『감사합니다』고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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