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돈가뭄 아우성/통화여력 없어 더욱 곤란/한은 “증권사등 방만경영에 기인한 일시적 상태”『돈은 넉넉히 풀리고 있는데 투자는 안되고 금리는 오히려 턱없이 오르기만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같은 기현상이 벌써 몇달째 계속되고 있지만 속시원한 설명도 없고 뚜렷한 대책도 나오지 않고있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동향 및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도 이런 기현상이 계속될 것 같고 당장 8월 한달간은 돈가뭄에 더 시달려야 할 것 같은 전망이다. 금리는 치솟고 있고 돈이 모여있어야 할 금융기관에는 「돈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돈은 비상관리를 해야 할 만큼 많이 풀려있고 자금비수기인데다 기업설비 투자도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위축돼있는데 어떻게 고금리에다 돈가뭄현상이 겹치고 있는 것인지 설명이 안되는 기현상이 앞으로도 더 계속된다는 얘기다. 자금시장에 이같은 이상기류가 흐르자 전체 경제의 움직임에도 난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총통화규모(M2)는 지난해 7월에 비해 18.7% 늘어난 1백1조9천8백96억원. 올들어서만 전년대비 1조2천억언 증가한 7조6천3백억원이 풀렸고 총통화 증가율도 당초 억제목표선인 13∼17%를 웃돌아 물가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넉넉한 통화공급속에서도 금융기관들은 한결같이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지준마감을 하루 앞둔 6일 은행들은 지준부족액이 1조원에 이르고 있어 여수신금리 제한에 묶여있던 단자사들도 금리경쟁력을 상실,7월 한달간 모두 2조7천7백억원의 수신고 감소를 기록했다. 증권사도 증시침체로 지난 한달간 5천1백억원이 넘는 고객예탁금이 빠져나갔으며 투신사 역시 한은특융과 보장형 수익증권 상환기일이 한꺼번에 돌아옴에 따라 보유주식 매각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이같은 「돈가뭄」현상으로 시중금리는 폭등을 거듭,대표적 실세금리 지표인 회사채 유통수익률(은행보증)은 3일 13.50%를 기록해 금리인하 조치가 단행된 1월 이전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특히 자금난에 허덕이는 금융기관들이 단기자금을 마구 차입하는 통에 비수기자금시장에 「3불문」(이자 액수 기간불문) 현상이 재현되면서 단자사간 콜금리(1일물)는 3일 18.95%를 기록,1·26 금리인하 당시인 12.52% 보다 무려 6.43% 포인트나 급등했다.
금리관리에 비상이 걸리자 재무부는 제2금융권에 콜자금 차입자제를 요청하고 은행에도 신탁자금의 콜시장 공급을 늘려줄 것을 당부하는 등 긴급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준부족은행에 대해 과태료 부과 대신 국공채 매입을 늘리는 등 이례적으로 지준관리에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통화당국의 「금리 불끄기작전」에 따라 화사채와 콜금리는 5일 각각 0.21%와 4.2%씩 하락했다.
『통화과잉에 돈가뭄,그리고 고금리』 같은 있기 어려운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많이 풀린 그 돈은 다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 금융관계자들은 방출된 돈의 상당수가 기업재테크에 활용되고 있거나 현금으로 개인금고에 보관돼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기업들의 대표적인 자금운용 수단인 은행 기업금전신탁 총잔액은 지난달말 현재 11조2천억원으로 올들어 4조원이나 늘어났다. 기업들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설비투자(상반기 설비투자율 7.3% 감소) 대신 고수익상품으로 운용,재테크를 하고있다.
또 일부에서는 지난 한달간 현금통화가 3천9백억원이나 늘어났고 CD나 국민주택채권같은 무기명채권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점을 들어 사정 및 공직자 재산공개 바람을 피해 돈이 개인금고 안으로 숨었을 것이라는 「현금퇴장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금리급등은 증권사의 방만한 경영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올초 증시활황으로 고객예탁금이 3조원을 웃돌자 증권사들이 앞다퉈 주식 채권 등을 매입했지만 예탁금이 빠져나가면서 자금난에 봉착하자 전체 콜자금의 87% 가량을 마구 끌어다 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증시가 안정되고 단자사들의 자금중개 기능이 정상화될 경우 은행의 돈융통에도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금리안정은 시간문제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본격적인 자금성수기인 가을철 이후 기업 및 가게대출 요구가 늘어날 경우 올해말로 예정된 금리자유화를 앞두고 「고금리」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은행이 금리안정을 위해 8월 통화운용을 목표치보다 높은 18.8∼18.9% 정도로 늘려 잡았으나 통화공급 여력은 최대 4천억원에 불과해 시중자금난 완화는 쉽지않을 전망이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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