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도권공화국의 과제/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도권공화국의 과제/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8.06 00:00
0 0

4천4백5만1천명의 우리 국민들중에서 9백3만2천명이 지난해에 읍·면·동 경계를 넘어 이사를 했다는 통계청의 집계가 나왔다. 인구이동률이 20.5%나 된다. 더 실감나게 표현하면 국민 5명중 1명 이상이 삶의 근거지를 옮겼다는 뜻이다.인구이동이 가장 심했던 83년의 24.7%에 비하면 다소 둔화된 것이지만 일본(5.2%) 대만(7.1%) 등 보다는 아직도 5∼3배나 높은 것이다. 국민들이 이처럼 이사를 많이 다닌다는 것은 제집을 갖지 못했다거나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랄 수 없다.

더욱이 그렇게 많이 이사를 오간 사람들중 서울 주변의 경기도와 인천직할시 등 수도권으로 들어간 사람이 16만9천명 가량 더 많았다는 것이다. 80년대 중반부터 터져나온 서울에서 밀려나고,농촌과 지방도시에서 서울로 직접 들어오지 못해 수도권에 기착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수도권은 광역화했고 과밀화현상이 가속됐다.

그 결과 광화문 기점반경 50㎞의 서울·인천·경기도 권역인 수도권에 1천9백64만6천3백명(92년말 주민등록 인구·서울=1천96만9천8백명,인천=2백5만6천8백명,경기도=6백61만9천6백명)이 몰려 살게 됐다. 이는 전국인구의 44.59%나 되는 이상비대다. 국토의 11.8% 밖에 안되는 수도권은 이제 초과밀 상황에 다다랐다.

사람들만이 몰려 사는게 아니다. 5백70만대의 전국자동차중 51%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있고 제조업은 58.8%,서비스업은 49.6%,병원은 61%가 집중돼있으며 명문대학과 입법·행정 등 공공기관 그리고 민간 대기업의 본사 등 주요 의사결정기관이 서울과 경인지역에 집중돼있다. 「수도권공화국」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수도권의 인구집중 추세가 정책당국의 예측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과 그로인해 정책목표와 현실 사이에 심한 괴리현상까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의 예측대로라면 수도권 인구증가는 90년에 전국인구의 42.6%,95년에 44.52%,2천년에 46.49%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대도 92년말에 44.59%가 됐다. 95년 예측분을 이미 앞질렀다. 3년의 오차가 난 것이다. 이러한 오차가 누적된다면 2천년의 수도권 인구집중이 전국인구의 절반을 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전국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이든 어디든 한 권역에 집중돼있는 나라는 우리말고는 극히 드물다. 이는 결국 3공부터 6공까지 줄기차게 추진해왔던 수도권 인구억제 기본계획과 정책추진 전략이 「말」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인구와 시설과 기능을 전국적으로 이전·분산시킨다는 정책목표만을 세웠을뿐 인구의 지방정착을 유도할 지역개발정책을 외면한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인 것이다. 6공에서는 아예 손을 들어버리고 수도권에 5개나 되는 신도시를 개발,수도권 인구집중을 오히려 부추겼다.

새정부도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를 위한 이렇다할 대응전략을 아직까지 분명하게 제시한게 없어 안타깝다. 간간이 흘러나오는 대책은 70년대에 이미 귀가 닳도록 들었던 수도권내 주요기관과 시설의 지방이전이란 「흘러간 옛노래」들 뿐이다.

그러나 기왕에 정착된 인구나 시설을 지방으로 이전시켜 집중도를 낮추기란 「김일성의 독재권」이나 가능한 일이다. 인구소개까지도 명령하나로 되는 철권정권이 아니면 이전위주의 대책은 성공하기가 어렵다.

우리같은 민주정부가 집중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새로이 하게 될 생산시설을 지방에 고루 배치하고 농촌과 지방도시의 생활환경과 교육환경 등을 수도권과 균등하게 끌어올리는 지역균형 발전전략 밖에 없다. 돈이 많이 들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동안 비워뒀던 사랑방과 건넌방에도 도배장판을 다시 하고 보일러도 놓아주고 선풍기도 달아줘,따뜻하고 시원한 안방에만 몰려있던 식구들이 제발로 건너가게 해야 한다. 수도권공화국에서만 북적대는 삶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