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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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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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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없는 기계장치란 상상할 수가 없다. 제동장치가 없으면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 등 온갖 움직이는 기계가 폭주,제어불능의 재앙상태에 빠진다. 반대로 불필요한 제동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적절한 주행과 작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이기를 무용지물로 변모시킨다. ◆이같은 「브레이크 원리」를 과거의 우리 검찰에 빗댄 「브레이크없는 벤츠」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이 검사출신인 김용원변호사에 의해 출간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선 수사검사시절 거침없는 수사로 얻었던 자신의 별명을 제목 삼았다는 작자는 자신이 맡았던 부산 형제복지원사건,부산 동의대 부정입학사건,부산 지하철본부장 수뢰사건 등이 당시 권력층뿐 아니라 검찰 상부의 잦은 외·내압적 브레이크로 수사자체가 왜곡·좌절되었음을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무기징역형에 해당하는 횡령액수를 반가까이로 줄인 사례마저 있었고,아직도 「자백을 증거의 왕」으로 여겨 사실상 고문에 매달리는 전근대적 검찰 관행이 여전하다는 김씨의 책내용은 우리를 놀라게 한다. 더구나 검찰이 그동안 권력자의 「청소부」 「망나니」 역할을 해왔다는 통렬한 자기고발은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그동안 짐작은 해왔지만 실제 사건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부당 브레이크」의 구체적 사례폭로에 접하는 충격과 불신은 너무나 크다. ◆새시대의 사정 중추임을 다짐한 검찰이 비록 과거사라 하더라도 이런 폭로에 대해 계속 함구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책내용의 실상을 가려 소상히 밝히고 정리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새시대 사정에서마저 표적·한계수사라는 소리가 없지도 않은 우리 검찰이다. 검찰수사에 대한 불필요한 제동이 오늘에 와서도 여전할 수 있다는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작은 자동차 한대라도 브레이크 작동이 원활하지 않을 때 큰 사고를 유발한다. 하물며 막중한 국가소추권을 행사하는 검찰이고 보면 브레이크 난조는 국가기강과 정의구현을 어지럽게 한다. 검찰에 닥친 「브레이크 비상」의 귀추가 그래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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