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낙관적 입장서 “신중” 선회/친북 사회당 입김작용 우려도호소카와(세천) 총리가 이끄는 일본의 비자민 연립정권이 출범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향후의 한일관계가 어떤 모습으로 재정립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자민당 몰락이 가시화됐을 때만해도 비자민 연정이 과도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뚜렷한 대외정책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만 갖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호소카와 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이 밝혀지면서 그들의 성향이 기존의 자민당 흐름과 적지 않게 다르다는 점을 인식,다소 신중한 쪽으로 입장을 선회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 연정이 한일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정부가 판단하는 근거는 호소카와 총리와 하타(우전) 신생당 대표,이들의 막후실세인 오자와(소택) 신생당 대표간사 등이 전후세대라는 점이다. 또 이번에 중의원 의장으로 선출될 도이(토정) 전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사회당의 연정내 입김이 어느정도 작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연정내 실세들이 전후세대라는 점은 그들이 과거사에 대한 인식과 절연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은 과거사에 대한 절연의 차원을 넘어 어느 정도의 「향수」마저 갖고 있는 국가주의자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관련,『호소카와·하타·오자와 등 3인은 일본내에서 보수적 우파쪽으로 분류되는 그룹』이라며 『이들이 장기적인 대외정책을 입안하게 될 경우 「일본 국익우선」을 공개적으로 내걸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이어 『그렇게 될 경우 미일간의 갈등이 다시 표면화될 수 있으며 한일관계도 알력의 요인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의 조그만 근거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 이번에 「매듭지어진」 종군위안부 문제. 외무부 관계자는 『일본이 자신들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상대방과 협의나마 할 수 있는 세대는 미야자와(궁택) 총리가 마지막 인물』이라며 『이른바 전후세대가 들어설 경우 이에 대한 협상은 힘들어진다』고 말해 앞으로의 한일관계 변화를 설명했다.
일본의 연정이 「국익지상주의」로 흐를지로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연정내의 사회당의 입지도 우리 정부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
사회당은 한일간의 과거사 문제에 관해서는 「국회 결의를 통한 사과」를 요구하는 등 오히려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왔으나 북한과의 관계가 비교적 돈독하다는 점이 우리 정부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결국 우리 정부는 일본의 호소카와 연정 출범에 대해 『기본적인 한일 관계의 틀은 변화되지 않겠지만 일본의 국익우선 팽창주의 분위기가 흐름을 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입장을 정리해놓고 있다. 한승주장관이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간에 경제 및 안보의 상호의존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대일 「경계론」을 피력한 것도 이같은 맥락을 읽게 하는 대목으로 분석되고 있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