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아예 무시 수의계약/기부금 받고 보험금까지 보전5일 서울경찰청이 약품납품 과정의 사례비 수수와 관련,9개 대학종합병원과 10개 제약회사 대표 등을 무더기 입건함으로써 의료계 비리에 대한 당국의 본격 사정이 시작됐다.
▲약품납품 과정의 금품수수 ▲전공의 선발과정의 금품수수 ▲과잉진료·투약 ▲진료비 과다청구 ▲급행료·촌지수수 등 의료계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비리중 한부분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전공의 선발비리 등은 현재 서울시내 종합병원 과장급 의사 등 1백여명의 은행 계좌추적 등을 통해 서울지검에서 광범위하게 내사중이다.
경찰이 적발한 약품납품 과정의 사례비 수수는 관행화된 부조리로 그동안 소위 「랜딩비」 「리베이트」란 이름으로 공공연히 성행해왔다.
병원측은 이같은 관행이 사립대학들의 기부금 입학처럼 「부정」이라기보다는 「부당」에 가까운 재원확보책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제약업체에서 병원으로 건네진 돈은 약품을 사주기로 한 사전약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무상공여를 원칙으로 하는 기부금과는 성격이 달라 사법처리에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대형 종합병원의 약품구매가 제약회사의 매출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악용,기부금 임상연구비 등 명목으로 사례금을 받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에 의하면 91년 1월1일부터 올 7월31일까지 9개 대학병원은 제약회사들로부터 무려 3백6억여원의 기부금과 14억6천여만원의 임상연구비를 받았다.
또 향응 골프접대 세미나비 등 판촉비로 20억9천여만원이 쓰였고 의료보험공단으로부터 과당청구 판정을 받아 삭감당한 보험금까지 제약회사가 보전해주는 등 사실상 제약회사가 병원을 먹여살리는 형태나 다름없다.
일부 제약회사는 아예 병원도장까지 위조해 서류를 꾸민뒤 회사돈을 연구지원비 명목으로 인출해 병원 관계자들을 접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의사들은 이같은 관행에 편승,계속 특정회사 약품을 처방해주는 조건으로 사례비를 따로 챙기고 있음이 확인됐다.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홍용우(45) 조범구(54),이화여대 부속병원 박기덕씨(35) 등 의사 3명은 녹십자,일동제약 관계자들로부터 자사제품을 계속 구입·처방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임상연구비 명목으로 5백만∼4백만원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병원들은 「의약품 및 진료에 필요한 기자재를 구입할 때는 공개 경쟁입찰 등의 방법으로 예산을 절검해야 한다」는 보건사회부 병원 회계처리지침을 무시하고 특정제약회사와 수의계약으로 약품을 구매한뒤 거액의 기부금 등을 받아 병원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납품가의 30∼10%가 기부금 몫으로 책정된다.
약품가에 포함된 이같은 사례비는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어 결국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제약회사가 생색을 내고 병원이 돈을 챙겨온 셈이다.
경찰은 입건자들의 신병처리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 결정할 방침이며 서울대병원은 수사했으나 혐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 재정지원이 전무한 상태에서 공익사업인 병원을 운영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랜딩비를 받아왔다』며 『이번 기회에 산학협동 차원에서 제약업체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만들어 제약협회나 병원협회 등을 통해 공정하게 병원에 지원하는 등의 근본적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건된 병원 및 제약회사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다.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장 백약조(59) 부설 백병원 약제부장 고무수(52) ▲가톨릭중앙의료원장 김대곤(53) 관리실장 이성만(41)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재단이사장 이천환(71) 전 의무부총장 이유복(66) 의사 홍용우(45) 조범구(54) ▲경희대 재단상임이사 김병운(76) 의료사업부장 정만화(54) ▲학교법인 한양학원 이사장 김연준(79) 부속병원 약제부장 김기덕(48) ▲학교법인 동은학원 이사장 서석조(72) 순천향대 부속병원 약제부장 염윤기(46) ▲학교법인 중앙대학교 상임이사 김희용(52) ▲학교법인 고려대학원 의무부총장 백승룡(64) 부속병원 구매과장 남재왕(45) ▲이화여대 부속병원장 우복희(55) 의사 박기덕(35) ▲녹십자 대표 김영길(57) ▲영진약품 대표 김종인(53) ▲종근당 〃 김상조(57) ▲한국화이자 〃 이창우(45) ▲대웅제약 〃 이승철(57) ▲중외제약 〃 이병언(54) ▲일동제약 〃 이금기(59) 영업소장 이병안(35) ▲제일약품 대표 한승수(46) 부사장 이문철(54) 이사 정현모(43) 병원담당부장 강동규(39) ▲보령제약 대표 지상격(57) ▲동아제약 〃 유충식(57) 전 대표 손정삼(64) ▲금양실업 대표 이미화(51)<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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