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승리해야…” 「대구정서」 무마 강행군/중앙 압승 장담 부담속 개혁정당성 홍보민자당내 TK(대구·경북) 의원들 사이에서는 요즈음 큰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바로 대구 동을 보궐선거 문제이다.
싸움이 시작된지 10여일. 하지만 민자당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완만한 경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그런데도 『싸움은 이길 것』이라는 장담을 당지도부는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짐은 TK 의원들에게 대부분 지워져 있다.
『후보공천은 전적으로 현지 지구당 위원장들의 추천에 의해서였다. 선거는 철저하게 현지 차원에서 치를 것』이라는 등의 중앙당 당직자들 발언은 가뜩이나 축처져 있는 TK 의원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선거상황이 좋지 않게 결론날 때를 대비해 중앙당이 의식적으로 현지에 자꾸 공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TK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과연 이번 보선에서 승리해야 하느냐」에 대한 TK 인사들간의 논란도 여전히 잠재워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 논란은 『이번 보선에서 이기는게 TK에 도움이 되느냐,아니면 지는게 더 낫느냐』는 얘기로 이어진다.
한 TK 의원은 『선거현장에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민자 후보를 떨어뜨리는게 당신들한테도 도움이 되는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를 낙선시켜 집권층에 TK의 무서운 맛을 보여주자」는 여론이 유권자들 사이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위당직자 회의 참석자중 TK출신은 강재섭대변인 한명에 불과할 정도로」 TK가 당 중심구도에서 소외돼있는 현 상황을 바꾸는데 어떤 선거결과가 더 「약효」를 지닐지에 대해 일부 TK 의원들의 물음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 대해 적어도 김윤환 전 사무총장 김용태 전 총무와 같은 TK내 증진의원들은 이미 확실한 결론을 내린듯 싶다. 그 골자는 「노동일후보의 승리가 곧 나의 정치적 재기」이지 않나 싶다.
두 중진의원은 선거전 시작후 지금까지 현지에 상주하면서 노 후보 당선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김 전 총장은 대구시내의 경북도지부 사무실을 거점으로 현재 상공인 등 유력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측면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또 자신의 지역구인 군위·선산지구당 관계자들을 동을선거구에 파견해놓고 있다.
그리고 매일 하오에는 동을선거구지역을 어김없이 순회하고 있다.
김 전 총무는 아예 직접 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원교육,유세지원,조직재정비 활동 등을 광범위하게 챙기고 있다. 선거구내의 방촌동지역은 자신의 북구지구당 담당지역. 매일 아침이면 동을지구당 사무실에서 선거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두 중진의원은 선거 시작전 모두 김영삼대통령을 독대,김 대통령으로부터 대구 보선지원을 직접 당부받았다. 두사람은 부인들까지 현지에 상주시켜가며 그동안 구축해놓은 광범위한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
두사람의 의지와 정치적 비중이 모두 만만치 않다보니 중앙당은 9일의 정당연설회에 누구를 연사로 내세울지를 놓고 목하 「고민」중이다.
이들과 함께 모든 대구위원장과 대구 인근이 지역구인 이영창(경산·청도),장영철(성주·칠곡),구자춘의원(달성·고령) 등도 동을의 동네 한개씩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현장에서 맞부닥치는 「TK 정서」의 벽은 여전히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새정부 출범후 자신들은 별로 득본게 없는 입장에서 현 정부의 사정과 개혁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일이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을 것이다. 선거 시작전만해도 TK 의원들 자신부터가 『정권이 바뀐게 실감난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개혁주도세력의 「TK제거」 의도를 경계했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이같은 속마음을 감추고 『30년동안 정권을 잡았었으니 다치는 사람이 다른지역에 비해 많은 것도 당연하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지금은 TK가 뭉쳐 김 대통령의 개혁을 밀어줄 때이다』 『참고 견디면 다시 때가 온다』 『우리가 밀어줘 당선시킨 대통령이니 뒤에서 발걸지 말고 다시 한번 지지해줘 본전을 찾자』는 등의 「인내론」 「대망론」 「본전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 성과에 대해 한 의원은 『대구 정서라는게 다분히 감정적이어서 차분히 붙잡고 설득하면 금방 우리쪽으로 돌아선다』고 말했다.
어쨌든 외면적으로 민자당의 TK 의원들은 대구 동을 보선의 승리를 위해 복중더위속에서 비지땀을 쏟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가 자신들을 둘러싼 당내외의 역학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들의 긴장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운동이 TK 의원들에게 신바람이 나지 않는 것은 틀림없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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