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해외공관에 대한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있다(한국일보 5일자 조간 1면 보도)는 것은 외교행정의 개혁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단행되어야 할 해외공관은 운영개혁이 이제와서 착수되었다니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제라도 그런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권위주의시대의 타성과 병폐를 제거하는 개혁조치가 청와대 내부를 비롯하여 각 정부 부처와 각급 기관에 걸쳐 이뤄졌으나 해외공관에까지 파급된 것은 아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부터 고치다보니 멀리 나라밖으로까지 눈을 돌릴새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개혁이니 사정이니 하면서 거센 바람이 불었으나 해외공관은 오랫동안 무풍지대나 다름 없었다. 더구나 장기간의 군사정치는 해외공관의 조직과 운영을 상당히 왜곡시켰음이 사실이다. 특히 안기부와 국방부를 비롯한 외무부 이외 부처의 주재관이 필요이상으로 늘어나 이상비대를 보여왔다. 공관에 아예 출근조차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타부처 주재관도 있다. 이번 점검에서 이런 불필요한 인원은 정리해야 할 것이다. 정부 각 부처가 각자 부처이기주의를 추구하느라 고위직 정원을 늘려 해외에 파견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사례들을 우선 잡아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본국의 감시 감독의 눈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기강이 해이되기 쉽다. 외무부와 비외무부 직원간의 알력이나 갈등도 시정되어야 할 문제의 하나이다. 이런 것들은 공관장의 지휘감독 능력과도 직결된 사항이다.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사항이 하나 있다. 대사가 안기부 소속 주재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이상현상이다. 대사나 총영사 등 공관장은 직급이 훨씬 높은데도 안기부 직원을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 본국에 보고하는 채널도 다르고 통신시설도 따로 되어 있다. 공관장의 휘하를 떠나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내규가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관례에 따른 것인지는 모르나 아무래도 이상한 현상이다. 오랜 군사정치시대가 빚은 부작용의 하나일 것이다.
안기부는 국내에서는 정치공작이나 정치사찰에서 손을 떼고 인원도 축소하는 등 정상적인 본래의 임무로 돌아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해외공관에서도 안기부 직원의 불필요한 역할을 자제하고 인원도 줄여야 할 것이다. 정보정치를 지양하는 문민정치시대에 알맞은 정상기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도 외교망의 재정비이다. 과거 유엔 득표위주로 설치했던 공관,냉전시대 북한과의 대결을 위해 진출했던 공관 등은 새시대에 맞게 정리해야 한다. 냉전체제의 붕괴에 따라 시작된 경제전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외교체제를 재정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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