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단계에서 섣불리 뭐라고 논평하기가 어렵다. 의미있는 대실험이기에 주의깊게 지켜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룹을 상대로 전개하고 있는 「경영혁신론」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떠한 효과를 낼 것인가.삼성그룹 계열기업들이 이 회장의 「2천년 세계 초일류기업」 목표에 어떻게 접근하고 성사시켜 나갈 것인가. 관심의 초점이다.
지금 삼성뿐 아니라 현대,럭키금성,대우,선경 등 사실상 거의 전 재벌그룹들이 「일류」 「정상」 「최고」 등 최상급의 형용사를 동원하여 생산성 향상,품질개선,기술향상 등의 경영개선운동을 펴고 있다. 내실이야 어떻든 너무나 당연한 것을 너무나 오랫동안 외치다보면 식상하고 진부하게 들린다. 동기부여 능력을 상실한 죽은 표어가 되기 쉽다. 이건희회장의 「경영혁신론」이 삼성그룹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일반에까지 전달되고 있다는 것은 방법이 신선하고 또한 메시지가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뭣보다 체험적인 확신에서 나오는 것 같아 설득력이 강하다. 또한 그룹총수로서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실성있게 들린다. 이 회장의 「경영혁신론」은 『우리 경제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며 탈위기의 처방을 「질위주의 경영」에서 찾고 있다 한다. 단순한 「질의 경영」이면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경영개혁론이 주의를 끄는 것은 독특한 메시지의 전달방법과 이미 시작된 경영혁신.
이 회장은 지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사장단 회의,3월 동경 사장단회의 등 미국,일본,유럽(런던,프랑크푸르트 등)에서 15차례에 걸쳐 모임을 갖고 지난 7월말까지 그룹산하 임직원 및 부장급 이상 고위간부 연인원 1천5백명 이상을 교육시켰다. 교육기간은 1주일로 교육내용은 이 회장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8,9시간 지속되는 「긴강좌」와 시장현지 확인 등으로 돼있었다는 것. 이러한 현장교육 및 견학은 물론 전례없었던 일이다.
그룹총수의 강력한 의지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도 이 회장의 근무행태 혁명에 비하면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삼성그룹은 지난 7월7일부터 조기 출퇴근(출근 아침 7시,퇴근 하오 4시)과 현장중심근무제(임직원 1주 4일 공장에서 근무)를 채택,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무관행을 뒤엎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다. 삼성측은 조기 출퇴근제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미국 등 선진국처럼 근무시간을 개인별로 상당히 자유화할 것이라고 한다.
『7시내지 7시30분에 시작해서 진짜 4∼5시(하오)에 일과를 끝내 보아라. 그것도 이번 기회에. 그래서 퇴근하기전에 어느 곳에 들러서 운동을 하든지,친구를 만나든지,어학 등 공부를 더 하든지 6시30분전(하오)에 집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회장의 무서운 결행력은 그의 경영개조론에 실현가능성을 높여준다. 이 때문에 기대를 갖게 한다. 진단과 처방이 정확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어느 쪽에든 과오가 있게 되면 실패가 따르기 쉽다. 지금까지 이 회장의 경영개조론은 한국경제의 당면 병폐를 예리하게 진단,처방하고 있다. 그는 삼성 계열기업들에 대해 『전자는 암의 2기다. 중공업은 영양실조다. 전자는 자금과 기술자만 좀 더 넣고 노력하면 살아날 수 있다. 건설은 영양실조에 당뇨병이다. 더 열심히 뛰어야 되고 사람도 많이 넣어야 되며 중간관리자도 많이 넣어야 한다. 종합화학은 선천성 불구기형아다. 타고날 때부터 잘못 타고 났다. 그러나 수술만 잘하고 영양공급만 잘하면 불구아를 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질위주의 경영실천방안을 결국 의식개혁에서 찾고 있다. 「나 자신부터의 개혁」 「위로부터의 개혁」,도덕과 인간성의 회복에 역점을 두고 있다. 모든 개혁운동에서 그렇듯이 이 회장의 질위주 경영개혁에서도 우려되는 것은 있을지 모를 「지나친 파격성」 또는 급격한 「관행의 파기」다.
삼성그룹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으로 봐 이 회장의 경영개혁계획에 대해 기대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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