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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엉뚱한 착각/이성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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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의 엉뚱한 착각/이성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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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국제그룹 해체 위헌결정과 제2롯데월드 부지 업무용 판정 등 일련의 과거 경제정책들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면서 재계는 『재벌이 정치권력의 희생자였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국제와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사필귀정」이라는 일성으로 사법부 결정에 대한 소감을 밝혔고 전경련은 『권력의 임의적 잣대에 따라 기업운명이 좌우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평소 재벌에 대해 고까운 눈길을 보내던 국민들조차 초법적으로 군림해오던 권력자의 「통치행위」도 결코 법치의 철칙에서 예외일 수 없음이 공표된데 대해 후련함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의 이번 결정은 「경제행위에 대한 정치권력의 임의적 해석과 과도한 개입」에 쐐기를 박은 것일뿐 해당업체들의 기업활동이 건강했다거나 도덕적으로 건전했음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문 말미에서 「기업활동의 공권력 불간섭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은 멀쩡한 기업이 통치권자의 도장 하나로 공중분해돼서는 안되는 것처럼 마땅히 도태돼야 할 기업이 특혜로 연명하는 일도 없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피해자란 이유만으로 떳떳할 수는 없다. 재벌들이 부도덕한 정치권력에 상처받았다고 해서 도덕적 우월성을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시 국제그룹은 전형적인 족벌경영에 무리한 사업확장 등으로 부채가 자기자본의 8배가 넘을 만큼 경영이 부실했었다. 단 몇평의 내집을 마련키 위해 서민들은 평생 저축해도 모자라는 판국에 롯데그룹이 2만5천평이 넘는 위락시설용 금싸라기땅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 사법부의 결정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왜 하필이면 우리 그룹만 당해야 하는가』라고 억울함을 호소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결백함을 내세울 수만은 없는 것이다.

재벌은 정부의 간섭이 없어졌다고 좋아하기에 앞서 권력의 보호 없이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당당함과 생명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 과거의 정권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피해를 입었던 이들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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