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등 5국만 루블화 사용/실질적인 경제 독립국가 기틀러시아의 화폐개혁으로 독립국가연합(CIS)에서 공동화폐로 사용되던 구 소련 루블화는 아예 사라지게 됐다.
특히 구 소련 루블화에 새겨져있던 「붉은 혁명」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초상화도 함께 없어지게 됐다.
러시아의 신화폐는 레닌의 초상대신 클렘린궁위에 백 청 적의 삼색기인 러시아 깃발이 그려져 있다.
CIS 소속 각 공화국은 이번 화폐개혁으로 독자화폐를 도입하게 됨에 따라 실질적인 독립국가로 출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구 소련붕괴이후 발트 3국을 제외한 CIS 각 공화국은 정치적으로 독립은 했으나 경제적으로 루블화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러시아의 영향력하에 있었다.
이번 7·26화폐 개혁조치 이전에 루블화를 사용하지 않았던 구 소련 소속 공화국은 에스토이나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 키르기스 우크라이나 등 5개국뿐이었다.
발트 3국은 출범당시부터 독자화폐를 채택했으며 리투아니아 마저 최근 자국화폐인 「리트」를 사용하기 시작함으로써 구 소련의 과거잔재를 말끔히 청산한바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별로 좋지않은 우크라이나는 「쿠폰」을 화폐로 사용하고 있는데 국민중 약 40%가 러시아인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루블화도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아시아 공화국중 서방국가들과 활발한 경제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키르기스는 6월 자국화폐인 「솜」을 도입한바 있다.
루블화권에 있던 기타 CIS 소속 공화국들도 속속 자국화폐를 도입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7월27일 가장 빠른 시일내에 독자화폐인 「마나트」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그루지야도 8월부터 「쿠폰」을 도입키로 하고 국민들에게 1주일내에 1인당 10만루블까지의 화폐를 쿠폰과 교환하도록 결정했다.
몰도바 역시 루블대신 쿠폰을 잠정적으로 사용하고 현재 루마니아에서 인쇄되고 있는 「레이」화를 빠른 시일내에 도입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트랜스드네스트리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의 러시아인들이 쿠폰과 루블화의 교환을 거부하고 있어 마찰을 빚고있다.
투르크멘은 당초 내년 1월부터 도입키로 했던 「마나트」화를 올 10월에 조기도입,자국화폐를 유통시키기로 했다.
마나트화는 이미 수도인 아슈하바트시에 도착해 있으며 달러와의 교환비율은 1대 1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를 제외하고 루블화를 계속 사용키로 한 공화국은 아르메니아 벨로루시 타지크 우즈베크 카자흐 등 5개국 뿐이다.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의 화폐개혁을 강도높게 비난한바 있으나 현재 자국의 경제사정이 극도로 악화된데다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러시아의 지원이 절실한 만큼 러시아의 결정에 따를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벨로루시는 러시아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만큼 루블화를 그대로 사용키로 했다.
타지크와 우즈베크는 당분간 구 소련화폐를 사용키로 했으나 러시아가 신화폐를 공급하면 구화폐와 교환할 계획이다.
카자흐 역시 러시아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이들 공화국들은 내심으로는 러시아에 큰 불만을 갖고 있으나 대러시아 경제의존도와 자국내 러시아인들의 반발 등을 고려해 러시아의 화폐를 자국화폐로 사용하는 수모를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화국들도 빠르면 내년부터 자국화폐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발권은행이 러시아의 중앙은행인 만큼 자신들은 화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러시아에 예속 당하는 꼴이 되기때문이다.
현재 태환성이 없는 루블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못하고 있는데 러시아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번 화폐개혁이 마무리되면 루블화에 태환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개혁이 계속 답보상태인데다 초인플레현상과 대외부채의 급증 등으로 루블의 태환화가 쉽게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레닌의 공산체제가 붕괴돼 소련 각지에 세워졌던 그의 동상이 철거됐듯이 루블화에서마저 그의 초상이 없어지게 돼 레닌은 마침내 러시아땅에서 영원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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