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격노… 개혁강화 촉진제로삼성그룹이 최근 이건희회장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다 뜯어고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전격적으로 경영개혁 운동에 나서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일본인 기술고문이 제출한 한 보고서가 개혁운동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촉발제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의 이름을 따 「후쿠다(복전) 보고서」로 불리는 이 보고서는 56페이지짜리 건의서로 삼성제품이 『큰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갖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로 디자인 측면에서 집중분석,21세기의 일류진입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현대는 디자인의 시대인데도 삼성의 구성원들은 패션디자인만 알뿐 공업디자인,상품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나아가 『삼성전자만한 규모의 회사가 새로운 상품을 생산할때 아직도 상품기획서가 없다는 것은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이 이 보고서를 처음 읽은 것은 6월초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해외회의를 갖기 위해 현지로 가던 비행기안에서였다. 이 회장은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마음 속으로부터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었다고 회의때마다 밝히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가전부문의 현실태와 위기에 대해 디자인측면에서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 보고서가 이미 91년 10월부터 3차례에 걸쳐 위로 전달됐는데도 상부에 의해 그동안 그냥 묵살됐다는 사실이 치를 떨게 한다고 말하고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디자인을 할때 A안,S안,C안이 있을 경우 각각의 안은 출발에서부터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믹스할 수 없는데도 윗사람들은 적당히 섞어서 제품을 만들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느닷없이 『이 상품의 디자인을 3일안으로 해달라』고 주문하는 예가 많다는 것. 이는 마치 디자인을 그림그리는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발상이라는 것.
그는 일본을 기준으로 소니형,NEC형,샤프형,캐논형 등 4가지의 디자인 결정방법을 소개하면서 삼성의 경우 상품기획서를 만든후 디자인실이 몇개의 안을 작성,영업부문이 기본디자인을 선택한뒤 다시 기술부문을 거쳐 일부 보완돼 디자인실 영업,기술 등 3개 부문이 동의한 최종 디자인을 도출하는 안을 제시했었다.<동경=홍선근특파원>동경=홍선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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