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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재회장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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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재회장을 애도하며

입력
1993.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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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연부력강한 나이에 원숙한 경험과 인격을 쌓아 마음껏 경륜을 펼쳐가리라고 기대했던 장강재회장의 갑작스런 부음을 듣고 애통한 심정을 가눌길이 없다. 장 회장은 나에게 사적으로는 가족처럼 가까운 이웃사촌이었고,공적으로는 언론의 책임이 날로 막중해지는 시기에 늘 마음 든든하게 여겨지던 신뢰하는 언론인이었다.장 회장 일가와 나의 관계는 그의 선친인 백상 장영기선생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서울 충정로에서 이웃사촌으로 살았으며,두집안의 자녀들은 모두 골목 친구들이었다. 장 회장은 어린시절부터 장자답게 마음이 깊고,총명하여 그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게 느낄때가 많았다. 지난 77년 백상선생이 갑자기 타계하신후 3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한국일보를 이어받은 장 회장은 어릴때부터 주변에서 그에게 품었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훌륭하게 신문을 키웠다.

한국일보가 월요일 휴간을 없애고,전국 동시인쇄시대를 열고,조·석간을 발행하는 등 한국신문사에서 매우 중요한 선도역할을 하고있는 것을 나는 늘 기쁘게 지켜보았다. 장 회장이 「사랑의 쌀 나누기운동」 등을 통해 불우이웃돕기에 정성을 다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백상선생이 한국일보 사업으로 이산가족 찾아주기운동에 심혈을 기울이던 모습을 회상하였다.

이 나라의 민주화과정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면서 언론의 역할이 과거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에 순수한 열정으로 정직한 신문을 키우고자 했던 젊은 신문인을 잃어버린 이 허전함을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노년의 자당께서는 장남의 효도가 날로 사무치고,여러 동기들에게는 장형의 충고와 도움이 아직 절실한데,어찌 그리 매정하게 떠나시는가. 그렇게도 사랑하던 부인과 어린 자년들을 남기고 어찌 차마 눈을 감으셨는가. 충정로 골목길에서 우리집 아이들과 어울려 야구를 하던 개구쟁이 얼굴이 아직 내눈에 선한데,어찌하여 나에게 추모사를 쓰게 한단말인가.

부족한 인간의 지혜로 그의 죽음을 헤아릴 길 없으나,업사분기정 부생공자망이라는 성현의 말씀에서 위로를 받게된다.

장 회장은 자기에게 정해진 이 세상에서의 사명을 정성을 다해 완수하고,이 고달픈 속세를 떠나 저 세상에서 안식을 얻었으리라 믿는다. 그는 길지않은 생에서 선친의 유업을 계승하여 그 규모와 내용을 함께 키움으로써 국가 사회를 위해 크나큰 기여를 하였고,자당을 공경하고 백상기념사업을 일으켜 효를 다하였고,형제간에 유업을 분담하여 우애를 돈독히 지켰고,밤낮으로 신문을 위해 뛰는 바쁜시간중에도 한가정의 남편과 아버지로 사랑을 쏟았다.

그는 젊은 나이에 떠났지만,범인의 몇갑절이나 되는 생을 살고갔다. 그의 생을 되돌아볼때 하느님의 섭리를,그의 자당께서 한평생 믿으시는 부처님의 자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열심히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이 세상을 떠났다.

삼가 장강재회장의 명복을 빌며,그를 잃고 상심하는 가족들과 한국일보사우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강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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