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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범 경호실장(청와대입성 5개월/참모들의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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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범 경호실장(청와대입성 5개월/참모들의 요즘은)

입력
1993.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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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대 걸맞는 경호원상 정착 큰 성과/“오관이용 그림자보호” 아침마다 훈련/묵묵히 음지서 임무수행 외유내강형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 가장 호감을 주는 인물은 누구일까.

「의외로」 박상범 경호실장이다. 「의외로」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경호실장이란 자리 때문이다.

경호실장 직책이 갖는 과거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풍기는데서 얻는 반사적 이득도 있다는 얘기이다.

박 실장은 그러나 직책에 관계없이 원래 부드러운 사람이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김영삼대통령이 문민정부에 걸맞는 경호실장감을 찾을 때 『보물이 하나 있다』며 그를 천거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그 전에 박 실장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직업군인 출신이 아닌 전문경호원으로서 경호 최고책임자의 자리에 올랐다. 40년 가까이 군출신 경호실장이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해온데 비춰보면 대단한 경력이다.

그는 월남전에서 사선을 넘었고 아웅산 사태때 죽을 고비를 넘겼다. 10·26때는 궁정동 현장에서 아예 죽었다가 살아났다. 불사조라는 닉네임이 그래서 붙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경호원이 된 이유가 충분하다.

박 실장은 유능한 경호원이라면 우발사태에도 당황하지 않는 적응력과 순발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오관을 다 쓸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얘기한다.

김 대통령이 부산열차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현장시찰을 마치고 빈소와 사고수습대책 본부를 들렀다가 귀경길에 오른 참이었다. 차가 좁은 길을 빠져나와 막 큰 길로 들어서는데 시민들이 김 대통령을 보려고 몰려 들었다. 김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차에서 내렸고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호를 지휘하는 박 실장도 이때만은 안되겠다 싶어 김 대통령 바로 옆에 붙어섰다. 박 실장은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뒤쪽에서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직감적으로 오른손을 뻗어 무언가를 움켜 쥐었다. 웬 20대청년의 왼쪽 어깻죽지였다. 이 청년은 김 대통령이 시민들과 악수하며 지나쳐가자 자기도 악수를 하고싶은 마음에서 아무 생각없이 김 대통령에게 달려가려고 했던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김 대통령이 외부행사에서 돌아오다가 청와대 정문 건너편의 경복궁 신무문 앞에서 노인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자 차에서 내렸다. 그러다가 에워싼 노인들의 발에 걸려 넘어질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잽싸게 대통령의 손을 잡아 넘어지는 것을 막은 사람이 어느 틈에 나타난 박 실장이었다.

박 실장은 이런 일을 경호실장이 아닌 어느 경호원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훈련이 있어야 한다는게 그의 소신이다. 지금도 그는 매일 체력단련을 가장 열심히 하는 경호원이다.

그는 문민시대에 맞춰 경호원들의 의식을 바꾸고 새 경호기법을 개발하는 작업을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정부의 다른 조직들이 구성원의 사기저하나 현실론 등을 들어 대담한 조직개편을 머뭇거리기 쉬운데 비하면 획기적일 정도이다.

경호원 25명씩이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4주간 재교육을 받게 했다. 새 경호기법과 함께 시대정신에 맞는 경호원상이 강조된다. 청와대 경호팀의 경호방식과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이미 잘 알려진 얘기이다. 최근에는 경호원 11명을 외대에 보내 영어를 통역수준으로 습득토록 했다. 국빈방한이나 김 대통령의 외국방문 때를 대비해서다.

현장에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통역을 부를 틈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전 경호준비 때의 보안문제도 있다.

그는 공보나 의전 등 다른 수석실에서 대중정치인인 김 대통령에 맞는 경호상의 요청을 해오면 두말없이 들어준다. 실제로는 경호가 힘들어져도 감수하는 것이다.

김 대통령도 시대변화에 맞추느라 경호가 한결 어려워진 것을 잘 아는듯 경호문제에 다른 사람들이 간여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박 실장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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