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철이 절정기를 맞았다. 지루했던 장마도 끝나 불볕더위가 몰아닥친데다가 황금바캉스의 시작인 7월말과 8월의 시작이 토·일요일에 겹치다 보니 바닷가와 산으로 더위를 피해 가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고속도로로 몰려나와 북새통을 이뤘다는 보도다.너도나도 짜증나는 대도시를 일시에 탈출하려고하니 평소 4시간이면 가던 서울강릉간 영동고속 도로가 체증으로 8∼9시간 걸렸다고 한다.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은 몰려나온 피서인파로 초만원을 이뤘으며,아시아나 여객기 사고에도 아랑곳하지않고 강릉·제주·포항 등으로 가는 국내선 여객기는 임시증편 운항을 했는데도 넘쳐나는 피서객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인 91년 8월1∼4일의 여름휴가 절정기에 교통체증의 최악상황을 경험한바 있다. 마이카 붐에따라 너나없이 소유한 자가용 승용차를 끌고나온 피서인파가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를 뒤덮어 서울강릉의 경우 평소의 4∼5배인 17∼20시간을 걸려 가야하는,그야말로 교통지옥이었다. 그 최악의 체험으로 해서 지난해 바캉스철은 그런대로 잘 넘겼다. 그런데 올해 또 그 최악의 바캉스 교통체증을 되풀이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이 생난리를 곰곰 생각해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없는 풍조가 아닐 수 없다. 우리경제는 아직도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실업율은 그 어느때 보다 높다. 문민 새 정부는 개혁깃발을 앞세워 흥청망청의 과소비병부터 고치자고 호소하는 그런때다.
그런데도 우리모두는 마치 한여름철의 바캉스만을 위해 사는 「베짱이인생」처럼 8월초만되면 휴가열병에 걸려 몸살을 앓는 신세가 되고있다. 다함께 반성해 봐야 할 일이다.
물론 휴가와 휴식은 꼭 필요한 것이다. 열심히 일하느라 지친 심신에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경직되고 피곤한 신체에 신선한 리듬과 활력을 되찾게하고 사고능력을 재충전하기 위해서도 절대로 긴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뜻깊은 휴가가 교통체증으로 해서 휴식이아닌 피로를 더하고 괜한 유류낭비와 시간 낭비까지를 초래하는 것이라면 이미 휴가라고 할 수 없는 손실이고 중노동일 뿐이다.
국가에게는 국력을 낭비시키고 개인에게는 돈과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게 하는 휴가는 곤란하다. 우리사회는 언제까지 여름바캉스 철만되면 70∼80%가 8월첫·두번째 주일에 집중적으로 무분별하고 그래서 낭비적이고 자연환경까지 파괴시키는 몰지각한 여름휴가 열병을 대책없이 앓아야 할 것인가.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사회라면 질서의식도 그에 걸맞아야 하고 휴가문화 또한 그나름의 실정에 맞도록 정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의식의 선진화 없이는 결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휴가철의 무질서를 통해 다같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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