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의학 상호발전방안 모색”/인위적 의료일원화 무리많아/생수시판 국민건강 고려 결정/“합리적 정책추진 통해 집단시위 대처할터”최근 약사법 파동이 큰 물의를 빚으면서 의료부조리 생수시판 허용문제 사회복지 등 보사행정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졌다. 특히 보건행정의 책임자인 송정숙장관은 새 정부 여성장관중 하나이며 보사행정에 비전문인이었다는 경력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행정능력을 주목해 왔다. 집단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민감한 현안이 많은 보사부 업무를 다루면서 장관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송정숙 보사부장관을 만나 들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전국약국의 일제 휴업과 한의대생들의 집단수업 거부 등 극한으로 치닫던 약사법 파동이 일단 수습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약사법 개정추진위의 활동이 지지부진한데다 경희대 한의대생들의 수업거부 결의로 약사법 파동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까.
▲아시는대로 보사부 한약조제권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관련이해단체 소비자대표 보건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약사법 개정추진위를 구성,각계 의견을 수렴해 약사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위원회는 그동안 3차례 회의를 개최했으나 지금까지는 이해단체의 이견이 표출되는 단계이므로 어떤 방안이 도출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4차 회의부터는 구체적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8월중순까지 방안이 도출되는 대로 조속히 개선방안을 확정,정기국회에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토록 하겠습니다. 약사법 개정위가 토의를 진행하는 과정이니 시간을 갖고 최종 개선방안이 제시되는 것을 지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차제에 의약분업과 의료일원화,또 한방과의 관계에 대한 장기적 청사진을 밝혀 주시지요.
▲의약분업은 바람직한 제도이지만 국민들의 오랜 의료이용 관행을 변화시키는 문제,의약자원 분포 등의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해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의료일원화 역시 양의학과 한의학의 학문적인 토대가 다른데다 아직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므로 이를 인위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봅니다. 다만 의학발전과 국민의료이용의 편의도모 차원에서 향후 양·한방의 상호보완 발전방안을 연구해 볼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생수시판 허용문제는 어떻게 됩니까.
▲현재 상당수 국민들이 생수를 마시는 실정이나 생수시판을 반대하는 국민도 상당수 있어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생수시판 허용에는 이와같이 상반된 입장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맑은 물을 마실수 있도록 하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사부를 향한 집단시위가 늘고 있습니다.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과정에서 압력단체들의 민원에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
▲최근 집단민원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이 다분히 폐쇄적이었고 업무의 일관성이 부족했던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사전에 충분히 듣고 정책결정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정책은 다소간의 반대가 있더라도 소신을 갖고 추진하겠습니다.
아직도 병원에 가면 대기시간이 길고 불친절해 불편이 큽니다. 의료서비스 개선 및 의료부조리 근절대책이 없습니까.
▲진료대기시간 단축 등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각 병원이 진료예약제를 실시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으며 정부도 지역별 전문병원 육성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어 좋은 성과가 기대됩니다. 의료계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 의약품 구입의 공개경쟁입찰제 시행,의약품심사위원회 설치,전공의 선발시 필기시험 공동관리와 이의신청제 등을 실시해 의료계 부조리가 없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건강진단의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국민들의 불편이 큽니다.
▲현행 의료보험제도에서는 본인의 희망에 따른 개별적 건강진단은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질병조기진단 차원에서 현재 직장의보조합과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조합이 실시하는 성인병 건강진단을 피부양자에게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지역조합의 피보험자에게도 단계적으로 실시,모든 국민이 한해 걸러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비전염성 질환인 암 등 성인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사부의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만.
▲20∼30년전만해도 콜레라 등 급성전염병에 의한 사망률이 매우 높았으나 지금은 암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습니다. 정부의 정책방향도 과거의 소극적인 전염병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인 질병예방정책에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정부는 일산신도시에 5백병상 규모의 국립암센터를 건립,전문적인 진단·치료기관으로 육성하고 성인병예방을 위해 국민들의 건전한 생활습관 형성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AIDS감염자가 비록 적은 숫자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예방대책은 무엇입니까.
▲AIDS예방사업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민간단체가 앞장서서 AIDS예방사업을 전개할 때 효과가 배가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중 AIDS퇴치를 위한 민간단체를 구성,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정부의 경제우선정책으로 복지부문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국민들이 만족스러울 정도의 복지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력이 강화돼야 합니다. 경제우선정책이 복지부문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복지시책은 기초적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에 대해 국가책임하에 소득·의료·교육·주거 등 기본생활을 보장,동등한 사회참여를 유도할 방침입니다.
2030∼2040년께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제의 발전방안은 무엇입니까.
▲국민연금은 수혜자가 많고 기금규모가 방대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므로 건전한 재정운영이 필수적 입니다. 따라서 적립된 기금의 수익성을 증대시키고 2천년대 이후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지않는 범위에서 갹출료율을 단계적으로 올리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민정부의 첫 여성장관으로 지난 4개월동안 보사행정을 이끈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문민정부의 여성장관을 맡았다는 점에서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보사행정은 흡사 종가댁의 묵은 살림같아서 해도해도 끝이 없고 빛도 나지않는 분야가 많습니다. 물건을 싸는데 보자기와 가방이 있다면 보사행정은 보자기에 가깝습니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에서부터 몸아픈 것,사람의 탄생과 죽음,그리고 묘지문제 등 모든 사안이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이해관계도 상충되는 민감한 사안들입니다. 그런데 그것들 중에는 첨단수준과 대장간 수준의 관습이 섞여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해결도 현재 우리가 사는 방법과 행태,의식에 준할 수 밖에 없어 현대과학으로 세련되게 정돈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날씬한 옷가방은 못되고 큰덩어리는 크게,작은 것은 작게 싸는 보자기같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보자기 기능이 미래사회에는 적응능력이 더 있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약력
▲1936년 대전출생
▲건국대 국문과 성균관대 대학원 졸업
▲한국일보 문화부차장
▲서울신문 논설위원
▲방송심의위원
▲관훈클럽 신영기금이사장
▲저서 「시대의 초상」 「천재는 엄마가 만든다」 등 다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