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싸고 소송 회오리 예고/“5공 피해 권리회복” 잇따를듯헌법재판소가 5공 정부의 국제그룹 해체를 위헌이라고 한 결정은 앞으로 재계에 심각한 파급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회사를 되찾기 위한 국제그룹측 소송이 계속될 것이며 5공 정권에서 국제그룹과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다른 기업들도 이번과 같은 결정을 기대하며 위헌소송 등을 제기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부 출범이후 새로운 질서를 찾으려던 재계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재계 재편의 또다른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결정이 가져올 파장은 크게 세가지. 우선 이번 결정으로 85년 2월 그룹해체이후 절치부심해온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72)이 과연 경영권을 회복,그룹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와 이러한 그룹재건이 전체 재계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그리고 5공 당시 정부의 무소불위 칼질에 무기력했던 상당수 기업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권리회복을 주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 등이다.
국제그룹 재건과 관련,양 전 회장은 29일 하오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의 국제그룹 복권 추진위원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잃었던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곧 계열사를 찾기 위해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했던 그룹 복권 추진위의 김형진위원장도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잃었던 회사를 되찾는데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제그룹 해체이후 계열사를 인수한 한일그룹 극동건설 동국제강그룹 등과 양 전 회장과의 주식반환 청구소송 문제가 재계의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일그룹은 국제의 주력기업이었던 국제상사의 신발 무역부문을 비롯해 남주개발 신남개발 원효개발 연합물산 등 5개사를 인수했으며 극동건설은 국제의 주력사로 부상하던 동서증권과 국제상사의 건설부문을,동국제강은 연합철강과 국제종합기계 등 3개사를 각각 인수해 현재까지 경영하고 있다.
국제상사측은 지난 88년 4월 양 전 회장 이름으로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었다. 한일합섬을 대상으로 한 이 소송은 91년말 원고인 양 전 회장측이 패소했지만 현재 2심에 계류중이다. 양 전 회장은 그러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으며 이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국제상사 발행주식의 15.43% 1백19만8천5백주를 돌려받게 된다. 이 소송의 결과가 다른 기업에 대한 양 전 회장의 주식반환 청구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양 전 회장이 이 소송에서 이긴다해도 다른 기업을 막바로 되찾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국제그룹 계열기업을 인수했던 기업들이 그동안의 경영권을 주장하며 맞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관련,국제그룹 복권 추진위의 김상준전무는 『국제그룹 계열사를 인수해간 기업이 양심에 따라 되돌려주기를 바란다』며 『의도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소송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 전 회장 즉시 소송과 인수기업들의 맞소송이 벌어질 경우 23개 국제그룹 계열사를 나누어 인수해간 10여개 기업들이 소송회오리에 말릴 전망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또 5공 기간에 정치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상당수 기업과 관계자의 연쇄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결정은 국제그룹 해체가 5공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인지 자연사인지에 대한 논란을 매듭짓는 열쇠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한 선주의 윤석민씨나 줄기차게 역대 정치권에 의해 타살됐음을 주장하는 연합철강 창업주 권철현씨 등의 움직임이 주목된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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