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헌 명분 군사력 행사 주장/미·아시아국들과 긴장 유발 가능일본 정국의 방향타가 비자민 연립쪽으로 기운 가운데 보수 신당세력이 표방하고 있는 「신보수주의」에 대한 경계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7·18 일본 총선결과 나타난 보수세의 대폭적인 신장이 일본의 정치대국화의 가속화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아시아 주변국들의 우려를 뒷받침하듯 일본내에서도 신보수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으며 최근 신보수주의라는 책을 펴낸 아사이 모토후미(천정기문) 메이지학원대 교수가 대표적인 경계론자이다. 전직 외교관 출신으로 도쿄대 교수를 역임하기도 한 아사이 교수의 저서 「신보수주의」는 최근 신당붐을 타고 비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신생당 대표간사의 저서 「일본개조계획」에 나타난 정치 군사대국화가 일본국민들을 또다시 불행에 빠뜨릴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아사이 교수의 신보수주의 분석이 일단 오자와와 그의 저서 일본개조계획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현재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정계개편이 오자와의 구상대로 착착 전개되고 있는 인상이 짙은데다 일본신당 사키가케(선구) 및 자민당 주류 등 다른 보수정당들도 결국 오자와가 주동이 된 신보수주의의 거대한 물결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이 교수에 따르면 신보수주의는 3가지 점에서 종래 자민당 정권하의 보수주의와는 다르다. 첫째가 개헌을 해서라도 일본이 국제적인 군사력 행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가 일본은 군사력을 행사할 만큼 대국이 됐다는 강한 자기 주장이며 셋째가 지금까지 일본외교의 출발점이었던 대미관계를 절대시하지 않는 점이다.
오자와가 의욕적으로 몰고가고 있는 보수 2당제는 냉전이후 경제대국 일본의 위상에 걸맞는 국제정세 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체제구축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야당제의 종착점은 자위대의 해외파병 길을 열게 될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의석수 확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아사이 교수는 국제공헌이란 미명아래,유엔깃발을 앞세운 자위대 해외파견은 위헌이 아니라며 국제군사활동을 적극화하려는 오자와 주장의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신보수주의자들이 군사적 국제공헌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지역적 불안이 소말리아,보스니아,캄보디아 등에서의 평화유지활동(PKO)을 볼때 결코 군사적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위해 이런 분쟁지역에 뛰어들다 보면 결국 자위대가 본격적인 군사활동을 할 빌미가 제공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이다.
오자와가 유엔깃발 아래서의 자위대 해외군사활동의 안전성을 내세우는 또다른 전제조건은 미·일 안보체제이다. 이에 대해 아사이 교수는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는 국제현실에서 미·일 안보체제를 과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은 역할분담 차원에서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지지하나 미·일 경제마찰 등을 볼때 언젠가는 일본의 군사대국이 미·일간 갈등의 최대 화근이 될 위험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아사이 교수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신보수주의자들이 애창하고 있는 국제공헌이란 구호가 결과적으로 일본국민들의 호헌의식을 약화시켜 헌법 개정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편 신당세력의 대아시아정책이 침략사과를 통한 과거사 정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오자와의 아시아 중시정책은 과거의 대동아공영권 구상과 닮은데다 아시아에 대한 뿌리깊은 우월감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신보수주의자들의 정치 군사대국 노선이 아시아 국가들과 긴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도쿄=안순권특파원>도쿄=안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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