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래은행 「그룹해체」 사전에 몰라”/인수업체등 대통령·재무장관 극비결정▷주문◁
재무부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1985년 2월7일 국제그룹을 해체키로 기본 결정하고 같은달 11일에 그 인수업체를 정하는 한편 이의 실행을 위하여 제일은행장에 지시,같은달 13일부터 국제그룹 계열사에 대한 은행자금관리 착수와 청구인으로부터 전 주식을 포함한 재산처분 위임장 등을 징구케하고 재무부장관이 만든 보도자료에 의거하여 같은달 21일 제일은행의 이름으로 해체를 언론에 발표케 하는 등 국제그룹 해체를 위한 일련의 공권력의 행사는 청구인의 기업활동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7대 1의 다수의견으로 위헌임을 확인한다.
▷사건개요◁
청구인 양정모는 주식회사 국제상사를 주력기업,20여개 회사를 계열기업으로 한 세칭 국제그룹의 창업자로 85년 2월21일 국제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국제그룹 해체방침 발표에 따른 후속조치로 그 무렵부터 85년 6월말까지 소유주식을 모두 제3자들에게 매도하게 됐다.
청구인은 국제그룹 해체는 공권력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며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89년 2월27일 그 공권력의 행사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결정이유◁
이 사건 문제의 국제계열은 84년말 현재 계열주 청구인,종업원수 3만8천8백명,연간 매출액 1조7천9백13억원,연간 수출액 9억3천4백만불,주력기업인 주식회사 국제상사를 비롯한 20개 회사를 계열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는 이른바 그룹형성의 기업인바,그중 국제상사를 비롯한 8개 회사에 대해 제일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 되어 있는데,같은해 11월말 현재 제일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 되어있는 8개 업체인 주거래 대상업체의 차입금만도 1조1천6백52억원,계열 전체로는 차입금 1조3천7백85억원에 달하는 형편으로 이와같은 자금사정의 악화는 국제상사의 주업무인 신발업의 과다경쟁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해외건설업의 위축,신사옥 신축에 따른 자금압박,연합철강 분쟁,가족중심의 경영체제상의 문제점,그 밖에 실질지배의 2개 단자회사(동해,신한)로부터의 차입과다 등이 그 원인이 되었던 것이며,경영부실의 상황에 처하게 되자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85년 1월 두차례에 걸쳐 자금지원을 하며 자구계획 이행각서를 받는 등 대책을 강구하던중.
(1)김만제 재무부장관은 85년 2월7일에 이르러 전두환대통령에게 국제그룹의 주력기업인 주식회사 국제상사는 존속시키되 나머지 계열사를 처분 정리하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제1방안과 국제그룹을 전면해체,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제2방안을 극비리에 만들어 상신하였던바,재무부장관으로서 바라는 주의견은 제1방안이었음에도 대통령은 경영부실의 경우에 해체할 수 있다는 실증을 보여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방안이기도 한 제2방안을 채택·결재함으로써 국제그룹의 전면해제와 더불어 그룹 계열회사를 우선 제3자에게 인수시키는 기본방안이 정해지고
(2)이와같이 기본지침이 선뒤에 같은해 2월11일에 재무부장관은 경영권을 먼저 인수시키고 채무정산은 뒤에 하는 이른바 선인수 후정산을 전제로 경영권의 인수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일응 국제상사의 신발부문은 한일합섬을,국제상사의 건설부문은 극동건설을,연합철강은 권철현을 인수자로 하고,기타 계열기업은 관련은행장의 관리에 맡기되 인수희망자가 없는 성신토건과 국제토건은 부도처리하기로 하는 안을 정하여 대통령에게 상신하였던바,대통령은 연합철강의 인수자를 권철현으로 하는 것을 거부하여 동국철강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재무부장관의 원안대로 확정했다.
(3)같은해 2월12일 재무장관은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장과 은행감독원장에게 같은해 2월13일부터 즉각 국제그룹 계열사에 대한 은행자금관리에 착수하고 청구인으로부터 주거래은행 앞으로 주식을 포함하여 전재산처분 위임장을 징구하라고 지시하였으며,당시 재무부장관이 위 조치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국제그룹 전면해체의 전제작업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아니하여,제일은행측 담당직원들은 이를 제일은행이 마련한 자구노력 지원방식의 국제그룹 정상화 계획의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행해지는 조치로 오해한 끝에 앞으로 국제그룹이 제일은행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한 청구인·그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 소유의 주식을 보관시키는 외에 주식과 함께 부동산,동산 기타 계열기업체의 임의처분권도 제일은행에 위임하는 취지의 각서 및 처분승낙서를 청구인으로부터 징구하여 일응 청구인의 국제그룹 경영권에 관하여 처분위임을 받아 제3자에게 인수시킬 수 있는 태세를 갖췄다.
(4)같은해 2월20일 재무부측은 제일은행장을 불러 위 국제그룹이 전면 해체된다는 것과 그 전날까지 교섭 확정한 인수업체를 알려주고 청구인 등 소유의 주식을 포함하여 개인재산의 임의처분을 하게된다는 것을 통보하였으며 제일은행으로 하여금 그 다음날인 2월21일에 재무부가 직접 작성 하달한 이른바 「국제그룹 정상화대책」이라는 표제의 보도자료에 의거하여 주거래은행은 국제그룹을 전면 해체하여 재무구조가 건설하다할 3개 인수업체들에 인수시키기로 하며 그대로 두면 은행 부실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제일은행장의 이름으로 발표케하여 국제그룹 해체와 제3자 인수를 기정사실화했다.
(5)위에서 본바와 같이 이 입안에서 실행에 옮겨지기까지의 일련의 조치가 취해지는 과정이 극비에 붙여졌으며,마침내 정권교체후인 88년말 국회의 이른바 5공 비리청문회를 거쳐 89년 1월 대검찰청의 5공 비리수사 발표에서 비로소 정식으로 공권력의 개입이 밝혀졌다.
▷본안 판단◁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여(제5공화국 헌법 제120조 제1항),시장경제의 원리에 입각한 자유주의적 경제체제임을 천명하였는바,이는 기업의 생성,발전,소멸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는 기업자유의 표현이며,국가의 공권력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한 이에 불개입을 원칙으로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헌법 제126조(제5공화국 헌법 제127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간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사영기업의 경영권에 불간섭의 원칙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국가의 공권력이 부실기업의 정리를 위하여 그 경영권에 개입코자 한다면 적어도 법률상의 규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며,다만 근거법률은 없지만 부실기업에 개입하는 예외적인 길은 부실기업 때문에 국가의 중대한 재정상·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게 되어 공공의 안녕질서의 유지상 부득이하다하여 긴급명령(제5공화국 헌법하에서는 비상조치)을 발하여 이를 근거로 할 것이고 그것만이 합헌적인 조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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